[BOOK깊이읽기] 남자도 유방암에 … 숙취는 왜 … 솔깃한 과학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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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상천외 과학대전
로버트 매튜스 지음, 이영기 옮김
갤리온, 215쪽, 1만1000원

평소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숙취는 술의 부산물인 메탄올에 의해 주로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술에 메탄올이 많이 들었을까? 영국의 유명 과학 저술가인 '기상천외 과학대전'의 지은이는 대략 술의 색이 진할수록 메탄올이 더 많다고 알려준다. 메탄올은 술에 깊은 맛과 향, 그리고 색깔이 생성될 때 함께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색.맛.향이 강한 코냑에 가장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적포도주.럼주.위스키.백포도주.진.보드카 순이다. 알아두면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과학의 지혜다. 보너스로 숙취 해소에 좋은 약도 소개한다. 물이 효과가 좋으며 궁극적인 치료제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살아가며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황당한 궁금증까지 과학에 대한 온갖 의문을 쉽고 섬세하게 가르쳐 준다. 지은이는 과학이 카드놀이보다 다섯 배는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도 다룬다. 남자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는데 이를 잘 몰라 발견 시기가 늦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왕왕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 것이 한 예다.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없어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에 빠져도 그게 두통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미처 생각조차 못했던 과학 상식도 줄을 잇는다. 해발로 따지면 8850미터의 에베레스트산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지구 중심에서 가장 먼 곳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니고 적도 주변이 불룩 튀어나왔기 때문에 적도에서 가까운 남미 에콰도르의 침보라소 산이 지구 중심에서 가장 멀다. 이 산의 해발 높이는 6309m이지만 지구 중심에서의 거리는 에베레스트산보다 2134m 더 멀다.

축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페널티킥이 11m를 지나 골 라인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5초. 이는 보통 사람의 반응 속도와 같다. 그래서 미리 공이 오는 방향을 짐작해 몸을 날리지 않으면 페널티킥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공을 차기 직전 0.2초 동안의 몸짓을 보고 방향을 알아차릴 수는 있다고 한다. '페널티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이 여기서 비롯됐나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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