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편 더 이상 못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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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개찰구 앞에 무겁게 내러졌던 철제셔터가 올라가고 출근길「지옥철」의 아우성이 사라졌다.
파업 8일만에『시민불편을 더 이상 방치하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농성장을 떠나 정상근무에 나선 지하철노조원들을 대하는 시민들은 1주일의 악몽을 잊고 뒤늦게 되찾은「시민의식」을 환영했다.
다소 지친 모습의 노조원들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하며 오랜만에 되찾은 제자리에서 충실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은 아직 노사협상이 완전 타결되지 않아 불씨는 계속 남아 있지만「선 운행-후 협상」으로 시민들을 끝내 외면하지 않은 노조원들의「시민의식」회복이 무엇보다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농성해산=민주·평민당사에서 임시노조집행부까지 구성, 농성을 벌여온 노조원들은 22일 오후『더 이상 시민불편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자체 반성과 여론의 압력에 따라 급속히 농성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민주당사에서 승무지부노조원 등 1백20여명이 찬반 투표 끝에「선 근무-후 협상」키로 결정, 농성장을 떠나자 평민당의 농성근로자들도 크게 동요, 서창호 노조위원장직무대리가 오후 9시쯤 민주당사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23일 오전 4시부터 지하철운행 정상화」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서 직무대리는『시민의 안전을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어 운행정상화를 결정했다』고 밝히고『앞으로 ▲지난 8일 타결된 서울시장과의 합의사항 조속 실시 ▲구속간부석방협조 등이 이뤄질 때까지 노조집행부와 비번 근무자들은 농성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표정=1주일간의「출근전쟁」을 치른 시민들은 2∼3분 간격으로 정상 운행되는 지하철에 오르며 한결같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은『숨막히는「지옥철」에서 벗어난 안도보다「시민의 편익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파업노조원들의 자각이 반갑다』고 했다.
출근길 김선철 씨(51·공무원·서울 신길동 610)는『만원열차에 짜증이 심했던 1주일이 노사양측이 서로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시민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하고『앞으로는 시민을 볼모로 한 파업은 정말 없어져야한다』고 했다.
성수역에서 정상 운행되는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두영 씨(28·회사원) 는『출근길이 한결 수월해져 큰 다행』이라며『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정부당국·노조 측 모두가 성실히 노력,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 더 이상 시민에게 고통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귀노조원=정상근무에 나선 노조원들은 그 동안 농성으로 다소 지친 모습들이었으나 시민들의 활발한 출근길에 다시 생기를 얻는 듯했다.
성내역에서 근무를 시작한 박갑수 씨(28)는『아직 완전히 타결되지 않아 마음이 개운치 않지만 앞으로 협상이 갈 진전되리라 믿고 시민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근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운행상태=1호선은 22일 오전 5시부터 23일 0시24분까지 평소처럼 13편성(1편성 6량) 3∼4분 간격으로, 2∼4호선은 오전 5시10분부터 평소보다 1시간 단축된 오후 11시까지 운행됐다. 2호선은 평소의 42편성보다 1편성이 많은 43편성, 3호선은 평소와 같이 19편성 5∼6분 간격으로, 4호선은 평소 26편성보다 2편성이 많은 28편성 2∼6분 간격으로 각각 운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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