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사각지대… OA기기 종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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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무자동화(OA)의 빠른 진척과 함께 이에 따른 건강문제가 국내에서도 점차 심각성을 띠고있다.
컴퓨터·워드프로세서 등 OA기기를 사용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눈의 피로감, 어깨·목·팔의 통증(경견완 장애), 스트레스 등 각종 자각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있는 것.
이에 따라 VDT (CRT와 키보드 등 전자영상장치의 통칭)작업자들의 건강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의학계·작업자들 사이에서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지난 8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 문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낸데 이어 최근 국내기업에서 생산되는 각종 OA제품의 CRT화면의 글씨높이와 색깔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종업원 3백명 이상의 기업 2백47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무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OA기기 사용자의 약 99%가 눈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어깨·팔이 저린다(36%) ▲신경쇠약증세나 스트레스를 받는다(31%), ▲뼈마디와 손가락에 장애가 나타난다(11%)등의 자각증상을 호소했다.
가톨릭의대 이승한 교수(예방의학·산업의학센터소장)는『정보화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 같은「VDT증후군」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있다』고 밝히고『우리 나라도 이제 화이트 칼러의 직업병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국내 컴퓨터 터미널의 보급대수가 약 5백만 대에 달하는 데다 각급 학교의 컴퓨터교육까지 실시되면 VDT증후군의 발현빈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 교수는 컴퓨터 기기를 많이 다루는 사무직 여성의 경우 화면에서 나오는 가시광선 때문에 다른 일반여성에 비해 사산 등 출산이상을 나타내는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는 역학보고서도 있으나 의학적으로 명쾌하게 규명돼있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VDT작업이 ▲눈의 조절기능을 크게 떨어뜨리고 ▲신경을 자극, 뇌를 피로하게 하며 ▲목·허리·팔에 통증을 일으키는 등 자각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작업지침 같은 것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VDT증후군을 예방키 위해서는 작업환경과 노무관리 측면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명의 경우 실내의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조도가 크게 차가 나지 않아야 한다.
CRT를 이용할 때의 조도는 5백 룩스 정도가 적당하며 서류와 키보드의 조도는 3백∼1천 룩스가 무난하다.
전산실의 온도는 섭씨18∼2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화면은 눈보다 10도정도 낮아야한다는 것.
책상높이는 바닥으로부터 60∼75cm를 유지해야한다.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휴식 없이 계속 작업하지 말고 적당한 시간에 쉬어야 하는 것.
일본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속도가 1시간에 4만 번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1시간 작업 후 10∼15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연속작업의 경우 1∼2분씩 중간휴식을 하도록 작업지침에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VDT작업자에 대한 연구결과 작업 후 30분이 지나면 동공 등 눈의 조절기능과 대뇌의 활동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경영주들이 사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직장체육의 활성화 ▲건강진단 시 일본처럼 5m시력검사(적정시력 1.0, 최소한 0.6이상) ▲전반적인 환경개선 ▲CRT화면의 색깔·글자높이의 표준화 등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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