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하게 공개된 조두순 얼굴…90% 찬성해도 공개 불가능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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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 [사진 '소원' 스틸컷]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 [사진 '소원' 스틸컷]

지난 2008년 당시 8살 여자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수감 중인 조두순(66)의 출소가 딱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관련 국민 청원만 5일 기준 6000여건을 넘는다.

4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도 조두순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온라인은 뜨겁게 달궈졌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조두순의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공개돼 이목이 쏠렸다.

[사진 리얼미터 제공]

[사진 리얼미터 제공]

지난달 26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한 조두순 얼굴 공개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또 다른 추가 범죄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은 91.6%로 집계됐다.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은 5.1%였다. 이번 조사는 모든 지역과 연령, 성별, 정치 성향 등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진 MBC 방송 캡처]

[사진 MBC 방송 캡처]

찬성 여론이 훨씬 우세함에도 조두순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대 사건의 피의자 신상 공개는 2009년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논란을 계기로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근거 법령이 없어 경찰은 강호순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사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얼굴을 내보내는 등 논란이 일자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마련돼 이듬해 시행됐다.

이 법은 신상공개 기준으로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꼽는다.

그러나 이 법은 2010년 4월 신설됐기 때문에 2008년 12월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조두순이 2020년 12월 13일 만기 출소하게 되면 5년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에서 조두순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실명인증을 거치면 조두순의 얼굴과 키·몸무게·주소지 등을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사이트를 통해 조두순의 사진을 캡처해 유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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