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내 친구 - 스리톱, 명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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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축구의 진리는 하나다. 수비가 좋으면 지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기려면 공격이 강해야 한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2006년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2년 대표팀의 기본 포메이션(3-4-3)과 크게 다르다. 2002년과 2006년 대표팀의 축구는 지향점이 다르다. 스리백 수비의 2002년이 수비 지향적이었다면, 포백 수비의 2006년의 지향점은 공격이다. 결국 아드보카트 뜻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공격 3인방인 설기현.안정환.이천수가 살아나야 한다.

기현 투지

좋은 체격조건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설기현의 별명은'스나이퍼(저격수)'다.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 주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하지만 세네갈 평가전에서 허둥대던 모습은 별명을 '역주행'으로 바꿔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골맛을 봤다는 점이다.

2000년 유럽에 진출한 설기현은 올해로 벌써 7년차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소속팀(울버햄튼)에서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꾸준한 출전만이 경기감각은 물론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뒷받침해 준다.

그래서 설기현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긴 하다. 하지만 2002년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천금의 동점골을 뽑은 것은 그의 투지에서 비롯됐다. 2002년 폴란드전 선제골도, 미국전 동점골도, 이탈리아전 골든골도 왼쪽 측면에서 출발했다.

설기현이 지키는 왼쪽 공격이 살아나야 이길 수 있다.

천수 돌파

이천수는 팀 훈련이 끝나도 혼자 남아 수십 차례 프리킥 연습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노력 덕분에 대표팀의 전문키커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최근 평가전에 나선 그의 킥에서 예리함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다섯 차례의 평가전(앙골라전 이후)에서 그가 키커로 나선 경우 세트피스 득점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노르웨이 평가전을 제외하고는 이천수는 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대표팀에서 그의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렵다. 아무리 막아도 뚫어내는 그의 저돌성을 감독들은 항상 높이 샀다. 키(1m72㎝)는 작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영리함으로 상대 장신 공격수들을 뚫어냈다. 하지만 최근 치른 아프리카팀과의 경기(세네갈.가나전)에서 제대로 된 측면돌파와 크로스를 보기 힘들었다. 예전 이천수라면 한 번은 막혀도 두 번째는 뚫었다. 대한민국의 득점 방정식은 빠른 측면돌파에 이어진 슈팅이다. 국민은 그의 발끝을 주목하고 있다.

정환 골맛

황선홍.홍명보가 은퇴한 현재 월드컵 본선에서 두 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선수는 안정환뿐이다. 큰 경기에서 골맛을 본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문제는 최근의 골 침묵이 너무 길다는 것. 지난해 11월 12일 스웨덴 평가전에서 골맛을 본 지 반년이 넘었다.

물론 최근의 골 부진이 그의 탓만은 아니다. 원톱 후보였던 이동국이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갑작스레 보직을 바꿨다. 더구나 그는 싸움꾼이라기보다는 기교꾼이다. 드리블하다 벼락처럼 쏘는 터닝슛이 특기인 그에게 공중볼 경합과 상대를 등지는 싸움을 맡기는 게 무리일 수 있다. 게다가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진 탓도 있다.

하지만 2002년 안정환은 장신의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헤딩으로만 두 골을 뽑았다. 정확한 위치선정 덕분이었다. 스웨덴 평가전 골은 중거리슛이었다. 보스니아전에서 나온 설기현의 선제골도 절반은 그가 만들었다. 원톱의 임무를 맡은 이상 극복은 안정환의 몫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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