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한나라당 소장파 "착각도 유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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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6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5.31지방선거 압승에 대해 “반사이익을 얻은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 “한 마디로 착각도 유분수”라고 이 시장을 비판했다.

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나라당이 잘해서 몰표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님을 이 시장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 여당에 크게 실망해 떨어져 나온 표가 선거라는 특수한 메커니즘을 통해 한나라당으로 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심의원의 말도 맞다. 심 의원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각종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원인을 노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 때문 이라고 답한 사람이 50% 이상이 된다는 발표가 증명한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무조건 잘못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했을까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사람 중 37%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싫다고 무조건 한나라당을 지지했을까

20대의 50%이상이 무조건 한나라당을 지지했을까 박대표가 테러피습을 당해서 한나라당이 동정적인 지지를 받았을까. 아니다 그것은 8% 정도의 영향 밖에 없었다. 대세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국민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잘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이다. 국가 정체성 수호에 아직은 확실한 믿음을 주진 못하고 있지만 2년 동안 한나라당은 많이 변했다. 잘하고 있다. “보여 주는 정치”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했다. 열린우리당이 교만과 자만에 빠져 있을 때 한나라당은 반성을 통해 변화의 몸부림을 쳤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변한 것은 무엇일까

이념적으로 우에서 좌로 변했을까 아니다 변하지 않았다. 그건 변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의 정책이 갑자기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로 가득 차 그럴까. 아니다 별로 없다.

한나라당 특유의 싸가지 없는 이기적 작태, 수구적 행동, 올바르지 못한 처세, 돈만 밝히는 수전노 같은 행동 등이 변했을까 아니다. 변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싸가지 없는 행동이 변할 리는 없다.

우선 첫째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대세론에 함몰하여 나태한 모습과 교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1인 보스 정치 시대처럼 제왕적 행태도 없었다. 유력한 대권후보 3인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국민들한테 흥미 만접의 스릴을 주고 있다. 주요 정강이나 당규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함으로서 국민들한테 변화된 모습을 주고 있다.

둘째 3인이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박 대표는 어려움에 빠진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2004년 4월 총선이후 각종 재, 보선 선거에서 승리를 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 대중교체계 개선, 뉴타운 사업, 서울에 문화 심기 등 탁월한 경영을 발휘하여 서울을 놀랍게 발전 시켰다. 또한 각종 토론 및 강연해서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복하겠다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손 지사는 낙후된 경기북부 지방 파주를 세계 최고의 LCD 단지를 건립함으로서 지방도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세쩨 서울 시장 후보 선출과정이 흥미로웠고, 당 중진들의 부패에 대한 검찰고발, 추문에 대한 과감한 사과 등 과거처럼 잘못에 대한 변명과 남탓으로 돌리기가 아닌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진솔하게 느껴 진 것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전략이나, 이벤트 등이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열린우리당을 압도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쫓아가고 모방하는 자세였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다음 대선에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심 의원의 지적은 교과서적인 비판이다. “선거가 연구용 리서치처럼 선택에 대한 이유까지 제시해놓고 투표하는 방식이었다면 한나라당에 이 같은 몰표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고 반박 했는데 그것은 비판을 위하여 비판 거리를 만든 것 밖에 안 된다.

이 시장의 발언은 자만심의 표출이 아니다. 경선에 승복하겠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에서 나오는 한나라당에 대한 격려의 표현이다. 만약 박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면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당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이 시장은 응당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있다.

하여튼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착각도 유분수라는 표현을 써가며 어른에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진정으로 변해야 하고 자만심에서 빠져 나와야 할 대상은 당이 아니라 소장파의원들 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국회 전영준]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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