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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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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게 빛나는 모든 것’으로 첫 1인극에 도전하는 김진수. 그는 ‘공연 끝난 뒤 박수 받을 때’ ‘아내(작사가 양재선)와 함께 맛있는 것 먹을 때’ 등을 자신의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내게 빛나는 모든 것’으로 첫 1인극에 도전하는 김진수. 그는 ‘공연 끝난 뒤 박수 받을 때’ ‘아내(작사가 양재선)와 함께 맛있는 것 먹을 때’ 등을 자신의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개그맨 출신 배우 김진수(47)가 1인극에 도전한다. 다음달 1∼25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 연극배우 이봉련과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2013년 영국 러들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이후 미국·뉴질랜드·싱가포르 등의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로 거듭난 개그맨 김진수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도전 #“우울증 걸린 엄마를 즐겁게 하라” #관객과 직접 얘기하는 무대 꾸며 #“냄새 나지 않게 30년 담배도 끊어”

“무대에 설 때마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라는 희열을 느낀다”는 그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매일 오후 4∼6시 KBS FM ‘장항준·김진수의 미스터라디오’ 진행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달려오는 연습실에서다.

데뷔 이후 첫 1인극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1인극을 꿈꾼다. 내가 벌써 해도 되나 고민했지만 놓치기엔 대본이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슬픔과 좌절을 그리면서도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이는 엄마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엄마의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낸다. ‘내게 빛나는 것’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물싸움’ ‘풍선’ ‘초콜릿’ ‘노란색’ 등에서 시작한 리스트는 아이의 인생이 흘러가는 속도에 맞춰 점점 다채로워진다. 주인공이 외치는 100만 번째 ‘내게 빛나는 것’까지 따라가며 관객들은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리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항목은 무엇인가.
“‘난처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느끼는 평안함’이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관객들도 ‘내 리스트는 뭐지?’를 생각하며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는 “이 작품을 만난 것이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그가 마침 올해부터 쓰고 있는 아침일기와 맥이 닿아서다. “매일 아침 전날 있었던 일 중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쓰는 일기다. ‘비빔국수 진짜 맛있었다’ ‘○○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가웠다’ 등을 쓰는데 그걸 쓰고 나면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은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관객과 배우가 대화를 나누며 공연을 시작하고, 관객들이 극의 등장 인물로 무대에 올라 함께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그는 “관객에게 가까이 가야 하는데 냄새가 나면 안 될 것 같아 30년 가까이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고 했다. 매번 연습 과정에도 10여 명의 관객이 함께 한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 중앙대 교수의 제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호응이 적거나 삐걱거리는 날은 지옥을 갔다 온 느낌이다. 하지만 작품이 철저한 계산으로 짜여 있어서 콘셉트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1995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1996년 립싱크 개그 ‘허리케인블루’로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고, ‘울엄마’와 ‘테마게임’ 등 드라마 형식의 코미디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10년 동안은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웃어라 동해야’, 뮤지컬 ‘삼총사’, 연극 ‘너와 함께라면’ ‘톡톡’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 해에 한 번은 꼭 연극 무대에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경력이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되나.
“웃기는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아 개그맨 활동을 괜히 했다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고맙게 생각한다. 관객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해 준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미지 핑계 대지 않고 내 스스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어떤 연기자를 꿈꾸나.
“관객들의 기억 속에 웃는 얼굴로 남고 싶다.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이순재·신구 선생님처럼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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