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타개 위한 고육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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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설>
【동경=방인철 특파원】자민당이「나카소네」전 수상을 의회증인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7월 리크루트 사건 발생이후「지지율 13%」를 기록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계로 볼 수 있다.
일본국민의 정치불신과 당내실력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 각 파벌의 영수·간부급을 망라한 리크루트 관련자를 정면에서 책임추궁 함으로써『뭔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자민당의 중견 및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나카소네」의 의회증언을 의미하는 이같은 주장은 7일부터 3일간 열린 정치개혁 위 전체회의에서 『리크루트 사건의 매듭을 짓지 않는 한 정치개혁을 논의해도 리크루트 은폐라는 의심을 받는다』는 비판과 합쳐「나카소네」증언의 불가피성을 더욱 확실하게 했다.
이같은 당내 여론은「후쿠다」「스즈키」전 수상, 「니카이도」전부총재, 「마쓰노」전 총무회장 등 4장로의 14일 회동에서 최종 매듭이 진 셈이다.
그러나「나카소네」전 수상이 의회증언대에 서서 리크루트 진상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해 자민당 안에서도 우려의 눈초리는 많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는 자신의 비서들을 통해 모두 2만6천주의 리크루트 미 공개 주를「뇌물」로 받았으며 NTT의 슈퍼컴퓨터 도입에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뿐이다..
그러나 당내 최다파벌을 이루고 있는 만큼 계보의원들 상당수가 리크루트 뇌물살포의 대상이 되었다는데서 그 도의적 책임은 확실하다. 또 동경도 특별수사 부의 젊은 검사들의 의지여하에 따라서는 관·정·재계의 검은 유착관계가 더 복잡하게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본정부·자민당 안의 상당수는「나카소네」소환을 예산심의와 별도로 리크루트 특위소집으로 성사시켜 경우에 따라서는 증인이 아닌「참고인」의 성격으로 지위를 변경, 위증죄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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