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 덧붙일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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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이 예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고위급 회담 조율 난항 시인 #다음달 개최 여부도 불투명 #"너무 머지않아 열리길 기대"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안보 현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상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측과 고위급 회담 일정이 계획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관련 일련의 행사(이벤트)들에 대해 더 덧붙일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은 당초 미 중간선거(6일) 직후인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려다 북측의 요청으로 돌연 취소됐다. 이어 이달 말로 재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현재로선 다음달의 만남도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너무 멀지 않은 시기(before too long)에 고위급 회담들을 하게 되길 매우 기대한다(hopeful)"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출국해 1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어 마르셀라 에브라르드 신임 멕시코 외교장관과의 회담이 잡혀 있는 등 성탄절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22일 경까지 물리적으로도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미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끄지 사망 관련 보고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폼페이오 장관. [EPA=연합뉴스]

지난 18일 미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끄지 사망 관련 보고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폼페이오 장관. [EPA=연합뉴스]

북미 고위급 회담의 일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내년 1월 초로 예정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로드맵 시간표가 상당히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그동안 북한과의 접촉 창구 역할을 했던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다음달 은퇴하는 것으로 공식 발표됨에 따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곧바로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즉 상황에 따라선 폼페이오-김영철 회동 없이 곧바로 실무 책임자인 비건 대표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이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회담을 뉴욕이 아닌 북한이 원하는 제3의 장소에서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실무급 회담 창구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간 실무급 회담 창구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앞서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서 비건 대표, 실무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와 만남을 갖고 있다. 우리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달 중 북미 실무급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정상회담 의제, 경호, 의전 등의 준비에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할 때 당초 북미가 잠정적으로 염두에 뒀던 '1월 초'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가 지난주 '한미 워킹그룹' 회담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에 "(북미협상의)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window of opportunity is closing)"란 우려를 전한 것으로 확인돼, 미 정부의 '인내'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지 주목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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