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여유만만 토고와 자신만만 스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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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선수단, 여유만만이다. 출전 수당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이기는 하지만 처녀 출전하는 월드컵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긴장하는 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피스터 감독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선수단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4일 오전 4시까지 숙소로 복귀를 명령했다. 하지만 몇몇은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다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5일 오전에 투레 마망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숙소 인근에서 가족과 만나기도 했다. 틈만 나면 답답한 호텔 밖으로 빠져 나가는 선수들의 자취는 주변 맥도널드 매장에 걸린 토고 선수단의 사인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토고 선수들의 표정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보다는 축제의 시작을 기다리는 댄서, 승리를 확신하는 전사들 같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대표팀은 중국을 4-1로 대파한 이튿날인 4일 숙소인 포이시스베르크 호텔 파노라마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흘간 휴가에 돌입했다. 이들은 마음대로 자유시간을 즐긴 뒤 6일 저녁 오후 8시 20분까지 숙소로 되돌아오면 된다.
 
아프리카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토고는 심리적 부담감 없이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고, 코트디부아르, 이탈리아, 중국과의 세차례 평가전을 승리로 이끈 스위스는 자신감에 들뜬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히딩크,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등 한국을 맡은 외국인 사령탑은 늘 한국 대표팀의 강한 책임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지나친 책임감은 때로는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르웨이전, 가나전 패배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지나친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자신감 결여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긴장한다면 절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급할 수록 돌아가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할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일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들의 심리를 어떻게 조율할지 궁금하다.

방겐=일간스포츠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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