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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부가 함바비리로 뇌물을?…이재명 측 백종덕 변호사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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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대변인과 가짜뉴스 공동대책단장을 맡았던 백종덕 변호사가 경찰 간부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경찰간부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논란이 된 이른바 '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백종덕 변호사는 23일 오전 수원지검에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백종덕 변호사가 23일 수원지검에서 '함바 비리에 연루된 경찰 간부 2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모란 기자

백종덕 변호사가 23일 수원지검에서 '함바 비리에 연루된 경찰 간부 2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모란 기자

백 변호사는 "지난주 목요일(15일) '함바 비리 사건'의 주인공 유상봉(72)씨로부터 '허 청장과 유 서장을 뇌물수수로 고발하겠다. 고발대리인이 되어 달라'는 편지를 받았다"라며 "유씨를 접견해 진정서를 전달받았고 검토 결과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발대리인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백종덕, 허경렬 경기남부청장, 유현철 분당서장 고발 #2010년까지 각각 1억4000만원, 1억2000만원 수수 #백 "이 지사 연관 없이 신빙성 있어 사건 수임했다" #경찰 "명백한 명예훼손, 강력 대응하겠다" 반발

백 변호사에 따르면 허 청장과 유 서장은 비리 사건 수사 무마와 함바식당 수주를 대가로 유씨에게 돈을 받았다. 유씨는 허 청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억4000만원을, 유 서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기간 허 청장은 전남 담양(2006년)과 서울 구로(2008년), 서울 광진(2009년) 경찰서 서장을 역임했고 서울경찰청 경비과장(2010년)으로 있었다.
유 서장도 서울경찰청 광수대장(2009년)과 서울 관악경찰서(2010년) 서장을 지냈다.
백 변호사는 "'부패한 자들에 의해 수사권이 행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피고발인들의 부패행위를 명백히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며 유씨가 보낸 편지 봉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백종덕 변호사가 23일 수원지검에서 '함바 비리에 연루된 경찰 간부 2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모란 기자

백종덕 변호사가 23일 수원지검에서 '함바 비리에 연루된 경찰 간부 2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모란 기자

그는 "유씨를 지난주 금요일(16일) 접견한 결과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부 돈을 반환한 내역서도 있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며 "유씨의 말로는 함바 비리 사건 당시 모든 사실이 밝혀지진 않은 것 같다. 특히 허 청장에 대해선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내용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함바 비리' 사건은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 운영권을 두고 고위공무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유씨는 2010년부터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유력인사들에게 함바 관련 사업 수주나 민원 해결을 청탁하면서 뒷돈을 건넨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1년 12월 구속집행 정지·집행유예 등으로 석방됐다가 또 다른 혐의로 재수감되기를 반복했으며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변호사가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한 편지봉투 속 '군포우체국 사서함 202490'도 서울구치소 주소라고 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그러나 백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경찰 고발에 대해선 사실상 '이 지사의 반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허 청장이 지휘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소유주로 지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 서장이 지휘하는 분당경찰서도 이달 초 이 지사에 대해 '친형 강제입원 추진'. '검사사칭',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선거공보물'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인 백 변호사는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지사의 선거 캠프에서 대변인과 가짜뉴스 공동대책단장 등을 맡았고 6월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에게 제기된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백 변호사는 이달 초에도 이 지사를 대리해 분당경찰서장 등 경찰 4명을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하려다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만류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백 변호사는 "유씨와 친분은 전혀 없다. 유씨의 진술 등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임한 것"이라며 "이 지사와 사전에 조율된 것도 아니고 이 지사가 24일 검찰에 출석하는 것도 몰랐다"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고발내용은) 사실무근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므로 강력히 법적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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