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분석으로도 신용등급 평가 가능" 당정, 내년부터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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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내년부터 개인 신용평가에 개인 SNS 포스팅이나 온라인쇼핑 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금융 정보가 부족한 사회 초년생, 주부 등의 신용평가를 위한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요금 납부정보, 온라인 쇼핑 정보, SNS 포스팅 내용 등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테면 통신·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제때 납부하고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면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공공요금 납부정보나 온라인쇼핑 정보, SNS 등 비금융정보(사용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로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CB)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실제 해외 공공기관과 대출업체는 이미 공공요금 납부 정보와 SNS 등 비금융적 요소로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피코(FICO) 사는 통신료·공공요금 납부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위험 측정모형을 개발해 약 1500만명의 금융이력부족자에 대한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다. 미국 대출업체 렌도(Lenddo)사는 SNS 친구, 포스팅 등 260억개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개인신용평가를 실시한다.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표시된 페이스북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랜도 CEO 제프 스튜어트는 CNN머니에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들 가운데 누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중소 자영업자 상대 대부업에 진출한 '캐비지'(Kabbage)도 대출 결정에 전통적인 신용등급과 함께 신청자의 허락을 받아 페이팔과 이베이 등 온라인 지불결제수단 이용현황을 조사한다. 캐비지 측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자사 사이트와 연결해 놓은 신청자의 연체율이 평균 연체율보다 20%나 낮다고 소개했다.

독일 온라인 대부업체 크레디테크(Kreditech)는 먼저 소개된 요소들과 함께 게시물의 맞춤법, 대출 신청서 내용도 확인한다. 대출과 관련된 정보를 꼼꼼히 읽은 것으로 확인되면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신청서를 성실하게 작성해도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 신청서에 맞춤법 실수가 잦을수록 연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게 크레디테크의 설명이다. 물론 여기에는 맞춤법 실수와 대출 연체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연구도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연합뉴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의 신용평가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개인신용평가는 대출·카드 등 금융정보 위주로 이루어져 금융이력이 부족한 경우 신용평가가 어렵다"며 "최근 2년 내 카드·대출 이용 실적이 없는 국민은 1107만명(16년말 기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SNS를 활용한 신용평가 취지에 대해 설명하며 "랜도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신용평가의 한계를 극복한 대안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청년층 등을 제도권 금융으로 포섭했다"고 전했다. 이어 "SNS 친구, 포스팅 등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관계나 심리 평가 등의 패턴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도 이런 CB사 설립 문턱을 낮춰 금융 소외계층에도 제도권 금융 이용 문턱을 낮추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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