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루트 파문 확산일로|일 정국 태풍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리크루트 사건으로 드러난 정치와 돈의 검은 유착은 일본정계를 온통 소용돌이로 휘몰아가고 있다.
7일 「신토」NTT전회장의 구속은 「나카소네」「다케시타」 등 일본의 주류정객들을 태풍권으로 몰아넣었으며 4월 국회해산, 조기총선거의 가능성을 가시화 시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해재단 헌금수사-전두환 국회청문회증언-5공 비리수사종결의 수순을 그대로 꼭 닮은 리크루트 비공개주의 뇌물전용수사-「나카소네」전 수상의 국회증언출석-「다케시타」퇴진여부로 리크루트 스캔들은 점차 그 사건이 록히드 사건이래 최대의혹 사건으로 부각,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정권의 퇴진론까지 나오게 하고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리크루트주를 뇌물로 받았다고 확인된 정치가는 모두 17명. 그것도 자민당뿐 아니라 사회당·민사당·공명당 등 일본정계 여야를 망라하고 있다.
아직도 윤곽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의혹의 범위는 더 확대될 조짐이어서 일개 신흥재벌 리크루트의 장기포석이 얼마나 야심에 찬 것이었으며 돈에 놀아난 정치가들은 또 얼마나 허약한 존재들인지를 드러냈다.
리크루트사 총수「에조에」회장의 검은 손이 미친루트는 NTT관련 외에도 문부성과 노동성에까지도 뻗쳐있어 수사여하에 따라서는 고급관료·언론계를 통한 정·관·언 유착까지도 밝혀질 전망이다. 「신토」회장은 지난달 말 아사히 (조일)신문과의 회견에서 자신의 구좌에 넘겨진 9백만엔의 용도를 2명의 자민당의원, 2명의 잡지경영자의 떡값으로 주었다고 밝혀 「검은 관계」의 일면을 짐작케 하고 있다.
리크루트사건 수사는 「신토」회장의 구속으로 이제「나카소네」수상 재임시에 이루어진 ▲미국에서 도입, 리크루트로 전매된 슈퍼컴퓨터 도입에「나카소네」수상이 어떻게 관련되었는지▲「에조에」회장을 정부세조위원으로 임명케 된 경위▲주식매각 차이금의 정치자금전용 여부의 세가지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나카소네」는 지난달 27일 예정된 방미계획을 포기하면서 까지 국회증언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으며 「다케시타」수상은 수상대로 『전임수상의 재임시 일어난 사건으로 국회증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4월부터 시행되기로 예정된 소비세문제에 리크루트 사건도 확대일로에 있어 지금 일본국민의 여론은 적어도 자민당에 관한한 악화일로에 있다. 때문에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총선에 후보공천이 순조로울지 의문시되고 있으며 「히로히토」 일왕장례식 직후 아이치현 지사선거출마포기도 불가피했다.
지난 2일 요미우리 신문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케시타」내각의 지지율은 21.3%에 불과,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으며 그 이유도 「세제개혁」이 65.1%, 「정치윤리」가 42.7%로 리크루트로 인한 정치불신이 극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따라서 「나카소네」가 증언대에 서지 않는한 「다케시타」 정권의 위기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