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줌마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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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딸을 잃은 가정 주부가 이웃집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 경찰청은 4일 아키타(秋田)현 후지사토초(藤里町) 초등학교 1학년 요네야마 고켄(米山豪憲.7)의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하타케야마 스즈카(33)란 여성을 붙잡아 범행 과정을 추궁하고 있다.

하타케야마의 딸 아야카(9)는 4월 15일 집 근처에서 놀다 행방불명된 뒤 인근 강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하타케야마는 '사고사'로 결론 지은 경찰에 강력 반발, 재수사를 요청하며 큰 심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17일 아야카의 동급생 친구의 동생인 고켄이 집에서 12km가량 떨어진 숲 속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두 집안은 같은 주택단지의 한 집 건너에 살고 있는 이웃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한 달여 동안 두 명의 초등학생이 연이어 사망하자 지역 사회는 발칵 뒤집혀졌다.

경찰의 추적 결과, 고켄의 사체를 유기한 범인은 다름 아닌 4월에 딸을 잃은 하타케야마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고켄의 옷에 묻어 있던 머리카락과 하타케야마의 유전자(DNA)가 일치한 것이다. 4일 체포된 하타케야마는 "사체유기를 한 사실은 맞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딸을 잃고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진 끝에 저지른 범죄" "하타케야마 딸의 사고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경찰도 공범이 있는지 등 두 사건의 관련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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