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추모식을 열었다. 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YS추모식을 연 것은 처음이다.
한국당은 지난 8일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공동추모위원장을 맡고, 152명이 참여하는 추모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YS 정신’에 대한 계승과 발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젊은 정신, 통합정신, 개혁 정신을 한국당이 다시 되새기는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도 “국민을 편 가르고 세대를 대립시키고 과거 역사를 저주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가로막는 오늘의 모습을 보면서 김 전 대통령은 얼마나 가슴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YS 추모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은 최근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YS를 고리로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보수세력의 적통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1983년에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흩어졌던 민주진영을 하나로 만들었고, 3당 합당으로 거대한 결단을 했다”며 “탄핵을 겪으며 보수진영이 흩어진 이런 상태에서 또한번 지금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한국당은 김 전 대통령이 운영하시고 싸우고 길러왔던 과거 민주당(통일민주당)의 후신”이라고 한 뒤 “오늘의 한국당이 그 뿌리를 찾아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모습은 대단히 훌륭하다 생각한다. 이제 한국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정부가 가는 잘못된 길을 비판하고 규탄하고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화’와 ‘자유화’라는 YS의 상징성을 재조명하는 것도 김병준 비대위에는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위 관계자는 ”박정희 시대가 산업화와 경제 성장이었다면 YS 시대는 자유와 개혁을 화두로 꺼냈다"라며 ”비대위가 지향하는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김 위원장도 이날 행사에서 "현 정부는 집권 1년 반이 넘도록 ’개혁’의 ’개’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기득권이 된 시민단체, 노조, 운동권 세력에 포획돼 끝까지 개혁을 못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헌법을 개정하고 연방제를 추구하며 잘못 가고 있는 정권에 대해 오늘 다 같이 규탄하자"고 말했다.
또한 한국당은 의회주의자였던 YS의 면모를 강조해 현 정부의 ‘국회 패싱’을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보이콧을 결정하는 의원총회에서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의회주의를 실천했던 문민 대통령 이념과 정신을 민주당도 본받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