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의 '이응'도 말 안해"···친문은 부글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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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18 국회 철도 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18 국회 철도 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날 국회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자유한국당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이 공동 주최한 ‘미래철도 및 남북철도 인프라 구축방안’ 세미나였다. 정작 기자들의 관심은 이 지사의 입에 쏠려 있었다. 오후 1시 58분쯤 행사장인 국회도서관 대강당 앞에 모여있는 기자를 본 이 지사는 웃음을 지으며 “철도 정책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요”라고 먼저 말을 했다.

 -당에서 (이 지사 거취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철도 정책에 각별히 관심 많이 가져달라. 감사하다.”

이후 이 지사는 발언을 삼갔다. “경찰이 정치를 했다고 하는데, 배후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트위터 본사에 계정 주인을 확인해달라고 하면 안 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행사장에 들어갔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국토 균형발전에 도움 되는 철도정책에 관심 가져 달라”고만 하고 ‘혜경궁 김씨’ 관련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자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정치권에서 여진을 일으키고 있다. 전날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고 주장한 이 지사는 말을 아꼈고 민주당 지도부도 논평을 자제했지만,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연평도를 방문한 이해찬 대표는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잘 이뤄져서 안정된 지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광역단체장인 이 지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국회로 돌아와선 기자들이 "이 지사 관련해 아무 말도 안 할 건가"라고 물었지만 아무 말도 안 했다. 전날엔 질문이 이어지자 “그만 하라니까”라며 기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혜경궁 김씨'를 ‘금기어’로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당 대변인이 (입장을) 냈다”고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이런 대응이 이 지사와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방선거 때 이 지사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이화영 경기도 평화 부지사는 이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이다. 전당대회 때 이 지사 출당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당의 자산”이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당 대표라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 지사 사건과 관련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당이 조치를 취하려면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오후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재명의 ‘이응’도 안 나왔다. 전혀 없었다”(강병원 원내대변인)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대응과 달리 당 주류인 친문계 안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읽힌다. 익명을 원한 한 친문계 의원은 “당 안팎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지사는 자진해서 탈당했다가 사법부가 무죄로 판결하면 그때 다시 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 비주류에서는 이 지사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자.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조치를 취하면 정쟁만 장기화하고 격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도 “어느 입장이든 좀 적극적으로 나와달라는 (당내)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으며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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