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도 노조와 싸워 졌다”…‘당근ㆍ채찍’ 함께 쓰려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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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내놓을 결과물이 없다.”

19일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의 ‘고위급 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양측이 내놓은 답변 내용엔 알맹이는 없었다. 이날 모임은 지난 9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정례화하기로 한 협의 채널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노총이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했는데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말했고,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민주당이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뒷줄 왼쪽)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뒷줄 오른쪽)이 1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이해찬 민주당 대표(뒷줄 왼쪽)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뒷줄 오른쪽)이 1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한 시간가량의 비공개회의에서는 여러 노동 현안이 다뤄졌지만, 회의 뒤 분위기는 냉랭했다. 양측은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대화를 계속하겠다. 아직 내놓을 결과물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국회를 나서던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노동 현안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논의가 지연되면 국회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러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극한 대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노동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이해찬 민주당 대표로부터 노·사·민·정 합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를 요구받았지만 거부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핵심 현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과 기간 확대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이해찬 대표(왼쪽 둘째)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중앙포토]

이해찬 대표(왼쪽 둘째)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중앙포토]

민주당이 관심을 갖는 금융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개정 등에도 노동계는 반발한다. 오는 21일 총파업과 12월 1일 민중대회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는 있지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집회와 시위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연말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참가자들께서는 합법의 범위 안에서 집회와 시위가 이루어지도록 협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규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현 정부와 가까운 노동계가 오히려 대척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노조와 싸웠지만 이기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엔 투트랙 전략으로 채찍과 당근을 함께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수-진보 진영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노총에 포획돼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포획으로부터 구출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친다”며 노조와의 관계 재설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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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당 대표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입법 시도를 중단하라”고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청와대는 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경사노위를 일단 ‘개문발차(開門發車ㆍ문을 연 상태로 출발함)’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회의를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기로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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