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젠 정책 홍보에 TV 드라마까지 동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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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책의 홍보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 정부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에 지나치게 주력해 정부 전체가 홍보기관으로 바뀐 것은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이젠 정책 홍보를 위해 차관급 공직자가 직접 TV 드라마에 출연까지 한다. 3일 SBS의 주말 드라마 '하늘이시여'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직접 행정도시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 것을 활용해 행정도시를 취재하는 형식이었지만, 드라마 줄거리와 동떨어진 정책 홍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장면을 드라마에 끼워 넣어준 담당 작가나,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해당 부처의 입장이 딱할 뿐이었다.

이뿐 아니다. 3일에는 건설교통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행정도시건설청이 지원하는 '희망누리'발대식이 열렸다. '희망누리'는 국가 정책을 응원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대학생과 주부 등 3만여 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정책 서포터스 모임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왜 학생과 주부의 응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정책의 선전을 위한 응원단체가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이나 나치 독일의 히틀러 유겐트가 연상돼 섬뜩할 정도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 홍보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따른 결과다. 대통령은 정책의 홍보보다 국민의 뜻을 수렴한 올바른 정책 수립과 이의 공정한 집행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