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테러 용의자 17명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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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경찰이 3일 공개한 압수품.

캐나다 경찰이 지하철과 국회의사당 등을 공격하려던 폭탄테러 용의자 17명을 전격 체포했다.

3일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경찰은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400명의 경찰을 동원, 토론토 일대에서 19~43세의 테러 용의자 17명을 전격 체포했다. 이 중 10대는 5명으로 학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폭발물 원료로 쓰이는 질산암모늄 3t과 폭탄 제조용 기구 등을 압수했다. 압수된 질산암모늄은 1995년 168명의 희생자를 낸 미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때 사용됐던 것보다 세 배가 많은 양이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총과 함께 무전기.전자부품 등을 공개했다.

캐나다 경찰은 2004년부터 이들을 감시해 오다가 이날 이들이 질산암모늄을 구입하자 즉각 검거에 나섰다. 체포 당시 이들 중 한 명은 군사작전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있었으며 또 다른 용의자는 무기와 함께 테러 목표 리스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은 토론토와 동부 킹스턴 지역에서 체포됐다. 이들 대부분은 캐나다 영주권을 가진 아랍계.동남아시아계 젊은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 중 캐나다에서 태어난 용의자는 55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이민 온 의사의 아들이며 다른 한 명은 열 살 때 이집트에서 건너온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영국의 정보기관인 MI5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러나 용의자들이 어떤 목표를 노렸는지는 함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캐나다의 '토론토 스타'지는 이들이 지하철과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보안정보국 지사 등을 노렸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경찰은 이들이 알카에다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자생적 테러 조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알카에다로부터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미국 내 다른 테러 용의자 두 명과도 꾸준히 접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은 2002년 11월 녹음 테이프를 통해 "캐나다가 미국과 손잡고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며 캐나다를 미국.영국.호주.스페인과 함께 공격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용의자들은 이날 오전 법정에 출두했다. 용의자의 한 가족은 기자들에게 "그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다만 이슬람 사원을 다니는 선량한 캐나다 시민이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캐나다가 용의자들을 체포하기 직전에 백악관에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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