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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 체불임금 1억 지급하겠다지만…재원 마련·시기 언급 없어

중앙일보

입력

전용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인 지난 10월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용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인 지난 10월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가 단기계약직 스태프 149명에게 야근 수당 등 1억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영화제 측은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아 사태 수습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유니온 “스태프 149명 야근수당 등 1억2400만원 체불” #영화제 측 “부산시와 협의해 재원 마련하겠다” 원론적 입장 #부산시의회 “체불임금 지급하되 영화제 운영비 삭감해 충당할 것”

17일 부산국제영화제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영화제 단기 스태프의 체불 임금을 이른 시일 내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영화제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단기계약직 스태프의) ‘시간 외 수당’과 관련한 사전 대비책 마련이 미흡했음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올해 미지급된 ‘시간 외 근로수당’과 관련해 부산시와 재원확보 방안을 논의해 이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기계약직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영화제 측은 “현재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함께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개선과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 논의 과정을 모색하겠다”며 “국내 영화제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스태프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지난 10월 4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수천 명의 국내외 영화팬들이 몰린 가운데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지난 10월 4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수천 명의 국내외 영화팬들이 몰린 가운데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번 사태는 청년유니온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약직 스태프 149명에 대한 체불임금 1억24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청년유니온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뒤 켠에선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었다”며 “자체 추산한 부산국제영화제 임금체불액은 1억 2400여만원이며, 영화제 준비 기간 전체로 확대해 체불임금을 집계할 경우 영화제 스태프 149명에 대한 임금체불금액은 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제를 위해 일해 온 스태프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위에 실효성 있는 체불임금 지급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을 요구했다.

영화제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태 수습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화제 측은 임금 체불 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을 뿐,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재원마련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부산시와 협의해서 예산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내년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단기 스태프 처우 문제에 대해 “다른 국제영화제와 연대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만 표명했다. 전국 각지의 영화제 규모와 시기, 기간이 다른 상황에서 단일화한 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지난 10월 4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수천 명의 국내외 영화팬들이 몰린 가운데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지난 10월 4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수천 명의 국내외 영화팬들이 몰린 가운데 열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단기계약직 스태프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부산시의회 소관 상임위(경제문화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17일 부산시의회 정종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내년도 예산을 증액해서라도 스태프에서 체불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영화제 운영비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내년도 예산이 증액될지가불투명한 데다가 증액되더라도 스태프에게 실제로 체불임금이 지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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