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엇갈리는 희비쌍곡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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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에서 소문난 '쌍둥이 자매' 이재영(22·흥국생명)과 이다영(22·현대건설)은 매 시즌마다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언니 이재영이 웃으면, 동생 이다영이 운다.

언니 이재영(왼쪽·흥국생명)과 동생 이다영(현대건설). 프리랜서 김성태

언니 이재영(왼쪽·흥국생명)과 동생 이다영(현대건설). 프리랜서 김성태

아홉 살 때 배구를 시작한 후 자매는 줄곧 끈끈한 파트너였다. 배국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포지션을 물려받은 다영은 세터가 됐고, 육상 투포환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의 강인한 어깨를 닮은 재영은 레프트로 컸다. 이다영이 공을 올려주면 이재영이 스파이크를 날려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런데 2014년 프로에 입단한 뒤, 이재영과 이다영은 한 명이 잘 되면, 한 명이 부진하다. 이재영은 입단 첫 시즌인 2014~15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반면 이다영은 백업 세터로 밀려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고, 시즌 말에는 허리 통증으로 그마저도 어려웠다.

2016~17시즌에는 이재영이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며 V리그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다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올스타전 댄스 세리머니로 이름을 알렸을 뿐이었다. 현대건설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흥국생명 이재영 선수가 공격 성공 후 수줍어 하고 있다. [뉴스1]

흥국생명 이재영 선수가 공격 성공 후 수줍어 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지난 시즌엔 쌍둥이 자매의 희비가 뒤바뀌었다. 이재영은 여자 배구 대표팀 혹사 논란 이후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시즌 초반 부진했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속이 상한 이재영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한 시즌 만에 최하위로 떨어졌다.

반면 이다영은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하고 세트 1위(세트당 평균 11.49개)에 올랐다. 장신(1m80㎝)을 이용한 높고 빠른 토스로 공격수들을 펄펄 날게 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도 3위에 오르면서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했다. 처음으로 V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7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공격실패에 아쉬워 하고 있다. [뉴스1]

현대건설 이다영이 공격실패에 아쉬워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시즌은 다시 이재영이 웃고, 이다영이 우는 형국이다. 이재영은 7경기에서 128점을 올려 득점 부문 6위에 올라있다. 개막 전 다른 팀 감독들로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던 흥국생명은 현재 3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이다영은 지난 시즌과 다르게 세트가 들쭉날쭉하는 등 범실이 많아졌다. 외국인 공격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현대건설은 개막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9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최하위다. 이대로 가다가는 V리그 여자부 통산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도 세울 수 있다.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은 현재 현대건설이 2007~2008시즌에 세운 11연패다.

언니 이재영은 동생 이다영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우리 팀을 보는 것 같다. 다영이가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최근 연락을 자주 하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코트에 나와 해야 할 일만 집중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음 시즌에는 엄청 실력이 늘 것"이라며 격려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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