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무역"쌍동이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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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81, 82년 악성 인플레의 곤욕을 겪었던 미국이 다시 인플레 길에 들어선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 정부가 지난 22임 비교적 큰 폭으로 뛰고 있는 물가상승 통계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각계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노동성은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가 0·6%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11월과 l2월 각각 0·3%로 나타났던 소비자 물가 지수의 2배며 과거 2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이를 연율로 환산한 7·2%는 지난 5년래의 최고기록이다.
그렇지 않아도 진작부터 인플레 우려가 고개를 들고있던 터에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주식 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민감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 재연을 걱정, 금융 긴축을 일부 실시해온 연방준비 제도 이사회(연준) 는 23일 이에 따라 단기금리를 0·5% 몰렸고 시중은행들도 우대금리를 0·5%로 올렸다.
이번 금리인상은 이번 달 들어 두번째로 지난1년 사이 3%가 올랐고 지난4년반 이래 이자율이 최고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앨런·그린스펀」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 인플레 악화의 우려를 표명하고 그렇게 될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지게될 것을 지적한바 있다.
인플레에 대한 판단이 달라 적정 연간 성장률을 얼마로 잡아야하는지를 놓고 백악관과 연준은 그동안 적지 않은 논전을 벌여왔다.
연준 쪽은 금년 중에 인플레가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며 이에 따라 인플레 가속화를 방지하기 위한 소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백악관은 중앙은행이 혹시 너무 과민하게 대응함으로써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으로 연준에 대한 견제자세를 보여왔다.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의 동의로 일단 임명되면 14년간의 임기를 보장받는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연준은 통화 및 여신관리의 수단을 가지고 미 경제가 인플레와 경기침체의 중간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은 물론 의회로부터도 상당한 자주성을 지니고 있는 연준이 흔히 인플레를 피하기 위해 은행여신을 죌 때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거나 위원들을 상대로 사적 로비를 벌이기는 해도 이들을 해직시키지는 못하는게 연준이며 현재 그 통화정책 책임자가「그린스펀」이다.
최근「부시」대통령과「그린스펀」은 그들의 전임자들처럼 성장 쪽을 부각시키려는 입장과 인플레를 억제하려는 입장에서 비롯되는 내립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물가상승 통계 발표를 계기로 더욱 커진 인플레 우려에 대해 백악관은 역시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경제 자문회의 의장「마이클·보스킨」 은 이같은 물가상승이 장기적인 추세로 연장될지 1, 2개월로 끝나는 단기현상인지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정책과 경제전망을 둘러싼「부시」행정부와「그린스펀」의강 간의 이견이 두드러지다는 인상을 흐리기 위해 행정부로서도 연방 준비위의 인플레 억제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요즘 미국 소비자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달 동안 휘발유 값이 0·9%,식료품 0·7%, 의료비 0·8%, 담배·교육비등 기타는 1·6%나 올랐다.
87년과 88년 4·4%로 소비자 물가를 막아온 미국이 과연 금년 물가전망 4·5∼5%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얼마나 크게 치달을지는 몰라도 현재 인플레가 오름세에 있다는데는 대개 인식을 일치시키고 있다.
87년10월 주가폭락 파동 이후 증시 안정을 위해 유동성 자금의 공급확대를 꾀했던 준비위는 작년 3월 들어서부터 지금까지 다시 성장둔화·인플레 억제에 역점을 두어 단기성 자금의 이자율을 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재정 및 무역적자에 허덕이는「부시」행정부가 이같은 인플레조짐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세계경제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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