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간다더니···트럼프 트윗 한줄에 국제유가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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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드 알 팔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12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가 급락 조짐이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감산을 결정했다. [AP=연합뉴스]

카리드 알 팔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12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가 급락 조짐이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감산을 결정했다. [AP=연합뉴스]

국제유가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13일(현지시간) 50달러대로 폭락했다. 세계 산유량은 늘어나는데 글로벌 원유 수요는 당초 기대치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12월 인도분 WTI 하루 새 7.1% ↓ #하루 낙폭 3년 만에 최대치 #10월 초 정점에서 20% 이상 하락 #OPEC 보고서, 내년 수요 감소 전망 #감산도 어려울 듯하자 유가 추락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가격이 7.1% 떨어진 배럴당 55.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7.1% 폭락은 2015년 9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전날 배럴당 60달러 선을 내준데 이어 하루 만에 또 무너졌다.

이로써 WTI는 12거래일 연속으로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 주까지 포함하면 6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초 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을 때를 기준으로는 20% 이상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6.08%(4.28달러) 내린 65.91달러에 거래됐다. 10월 3일 86.29달러에서 23.6% 빠졌다.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9년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가 불씨가 됐다. OPEC은 최근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2019년 석유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중국의 무역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한 신흥국의 수요 부진 등으로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요 급감 전망이 나왔다.

OPEC은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루평균 3150만 배럴로 예상했다. 두 달 전 OPEC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하루평균 50만 배럴 감소했다. 현재 생산량보다는 하루평균 140만 배럴이 적다.

반면에 산유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은 하루평균 12만7000배럴 증가했다

모하마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OPEC 비회원국의 석유 공급량이 과도하다는 경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하루평균 1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산에 대한 운을 띄운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이에 반박하는 트위터 글을 올리면서 OPEC 감산이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기를 바란다.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OPEC 회원국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염두에 두고 초강세를 보인 유가는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면제되면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던 헤지펀드들이 높은 가격 베팅을 포기하고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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