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물꼬 틀 ‘광주형 일자리’ … 꼭 성사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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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는 온 사방에 비상등이 켜진 한국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느냐, 되살아나느냐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적정한 수준의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노동혁신 모델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다. 이를 위한 국회 심의 시한이 내일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반발에 움츠러들어 현대차·광주시의 최종 합의가 미뤄지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되는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다. 중국이 자동차를 본격 생산하면서 가성비 경쟁이 어려워진 현대차의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차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가성비를 앞세운 모델은 기존 공장에선 만들기 어렵다. 연봉 1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로는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형 일자리에 고용된 1만여 명의 근로자는 기존 근로자 연봉의 절반 이하 수준인 3500만원을 받고 일하게 된다.

효과는 ‘1석3조’ 그 이상이다. 이 모델을 제시한 광주광역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청년은 일자리 없는 헬조선의 수렁에서 탈출하며,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우리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왜 임금 투쟁을 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높은 주거비·교육비 탓이 크지 않았나.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공공주택·보육시설 제공을 통해 이런 고비용 구조를 해소한다. ‘신의 한 수’ 아닌가. 노조 몽니에 어제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현대차 노조를 향해 “대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읍소했다. 일자리 물꼬를 트게 될 광주형 일자리는 꼭 성사돼야 한다. 그것이 위기에 빠진 현대차도 살고 노조도 살 수 있는 노사 상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