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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2분5초 만에 100억 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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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윈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겸 회장(가운데)이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알리바바 그룹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겸 회장(가운데)이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알리바바 그룹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중국 내수가 폭발세를 이어갔다.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알리바바 그룹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쇼핑 축제가 2분 5초 만에 100억 위안(약 1조6257만원), 1시간 47분 만에 1000억 위안(약 16조2570억원)어치 상품을 팔아치웠다. 100억 위안 돌파와 1000억 위안 돌파에 걸린 시간을 지난해 3분 1초, 9시간 4초보다 각각 56초, 7시간 이상 단축했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중국 민간 소비 부문의 여전한 힘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신기록 #미·중 무역전쟁 속 내수 폭발세 #마윈 “고객·파트너가 나의 성공” #한국산 매출 일본·미국 이어 3위

10일 밤엔 1만8000여 석의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미국 가수 머라이어 캐리, 태양의 서커스 팀 등이 출연한 광군제 전야제 갈라쇼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대만 출신 일본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가 박진감 넘치는 노래와 춤을 선보여 중·일 화해 분위기를 이어갔다. 내년 은퇴를 선언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포용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 단편 무술 영화 공수도(功手道)에 출연했던 마윈은 택배 포장 기사, 의상 모델, 쇼핑 호스트 등 알리바바 생태계의 다섯 고수와 겨뤄 패배하는 영상으로 갈라쇼에 등장했다. 마 회장은 “패배가 기쁘다”며 “고객과 파트너, 직원이 강해진 것이 나의 최대 성공”이라고 말했다.

올해 광군제의 키워드는 ‘알리바바 생태계의 팽창’이었다. 알리바바는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쇼핑몰 라자다(Lazada)를 인수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핵심 엔진으로 삼았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세안 6개국에 쇼핑몰을 운영하는 라즈몰과 라자다 마켓플레이스가 최대 규모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10일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솽스이(雙11·11월 11일)’ 전야제 공연에 등장한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 [사진 알리바바]

10일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솽스이(雙11·11월 11일)’ 전야제 공연에 등장한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 [사진 알리바바]

광군제엔 일반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에 필적해 알리바바 경제체(經濟體)로 부르는 알리바바 비즈니스 생태계의 18만개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중국 최대 B2C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티몰의 20만 개 스토어, 해외 구매를 담당하는 티몰 글로벌은 75개 국가에서 3700여 제품을 판매했다.

한국의 매출 성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독일에 역전돼 광군제 전체 매출 중 5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11일 정오 기준으로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로 선전했다. 이쳰(易騫) 티몰글로벌 부대표는 “A.H.C, 아모레퍼시픽 같은 한국 스킨케어 화장품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접목도 확연해졌다. 미디어센터 입구에는 지난달 항저우(杭州)에 1호점을 개장한 AI 호텔 페이주(飛猪·FLY ZOO)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안면 인식으로 체크인을 처리하고 로봇이 룸서비스를 대신하는 호텔이다. 알리지니로 불리는 AI 시스템, 안면 인식이 적용된 차이냐오(菜鳥) 택배 박스 등을 전시했다.

신유통 실험도 계속됐다. 알리바바의 신유통 수퍼마켓인 허마셴성(盒馬鮮生)은 온·오프, 마트와 물류, 매장과 레스토랑의 경계를 허물며 약 100개 매장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찾아간 하이퍼마켓 체인인 RT마트(중국명 다룬파·大潤發) 상하이 양푸(楊浦)점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매장에서 온라인과 할인 행사를 실시간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프랭크 라빈 미국 전 상무부 차관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올해 광군제 매출은 지난해보다 20~30% 성장할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거래 건수는 10억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8억1200만 건을 크게 넘는 14억 전 중국 인구 쇼핑에 근접한 수치다. 일명 ‘싱글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2009년 커플들이 선물하는 발렌타인 데이에 대응해 싱글들에게 반값 할인을 표방하면서 시작한 쇼핑 축제다.

상하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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