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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펼치면 동시에 3개 앱 … 동영상 보면서 카톡·웹서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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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글렌 머피 구글 안드로이드 UX 담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 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글렌 머피 구글 안드로이드 UX 담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 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삼성전자가 전 세계 개발자와 파트너 5000여 명을 초청해 신기술을 소개하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8’이 개막했다. 이날 마지막 발표자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뒤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그가 재킷에서 화면을 접는 폴더블폰(가칭 ‘갤럭시F’)을 꺼내들어서다.

삼성 폴더블폰 ‘갤럭시F’ 첫 공개 #화면 3분할로 멀티태스킹 유리 #최소 170만원대, 무게는 안 밝혀 #소비자 얼마나 지갑 열지 미지수

정체기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전 카드’로 불리는 갤럭시F가 일부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발표해 시장의 궁금증에 절반쯤 답을 내놨다.

갤럭시F는 접혀있는 디스플레이를 좌우로 펼치는 인폴딩 방식이다. 책을 펴는 것처럼 폰을 열면 화면이 ‘두 배’가 된다. 지난달 중국의 로욜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이라며 공개했던 ‘플렉스파이’는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었다. 삼성의 폴더블폰은 완전히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가로 10.8㎝, 세로 15.1㎝(7.3인치)가 된다. 소형 태블릿PC나 차량 내비게이션과 엇비슷한 크기다.

화면 비율은 가로 3: 세로 4.2다. 가장 큰 장점은 화면을 3분할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큰 화면으로 TV 동영상을 보면서 오른쪽 상단에선 웹서핑을 하고, 그 아래서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즐길 수 있다. 해상도는 420dpi로 갤럭시S9 같은 최신 모델에 적용되는 화질이다.

데니슨 상무는 “새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커버글라스를 대신할 새로운 소재, 수십 만 번 접었다 펼쳐도 견디는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더 얇은 디스플레이를 구현했고 20만 번 이상 테스트해 상품화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화면 두께는 얼마나 얇을까. 장진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는 “두꺼운 책을 접으면 중간에 불룩 튀어나오기 때문에 폴더블폰은 얇은 화면을 마주 보게 구부리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폴더블 디스플레이 자체의 두께는 10마이크로미터(1㎜=1000마이크로미터)쯤 될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 접착제나 강화유리 등이 적용돼 좀 더 두꺼워진다. 갤럭시S9은 강화유리를 포함해 1200마이크로미터였다.

갤럭시F는 겉면에도 가로 4.6㎝, 세로 10.㎝(4.58인치)짜리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폰을 열지 않고도 통화도 하고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이 두 배로 커졌지만 사용자 환경(UX)과 인터페이스(UI)의 직관성·간결성을 키워 한 손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삼성 폴더블폰 펼쳐보니

삼성 폴더블폰 펼쳐보니

삼성전자는 이날 무게나 배터리 사양, 가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갤럭시노트9 무게인 201g 이하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격도 최소 1500달러(약 170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은 이르면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쇼(CES 2019)에서 갤럭시F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지갑처럼 생긴 이 폰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얼마나 열 수 있냐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세계 폴더블폰 판매량이 내년 320만 대에서 2022년 501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화웨이는 내년 6월 5세대 이동통신(5G)을 지원하는 폴더블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외신에선 LG전자와 레노버 등도 내년 상반기 중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조심스런 시각도 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과거 400만원대 노트북이 팔릴 수 있었던 건 ‘들고 다니는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폴더블폰이 시장의 활력소는 될 수 있겠지만, 혁신적 패러다임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IM부문장)은 “사용자 경험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내놓지 않겠다”며 “(갤럭시F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a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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