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로부터 국민건강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담배에 관대한 사회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도도히 흐르는 세계적인 추세를 외면할 수만은 없어 보사부가 금연구역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국민의 건강문제를 담당한 정부의 올바른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왜 금연구역이 필요한가. 이유는 있다. 담배로 인한 건강과 재산의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다. 사실 건강 이전에 담배 피해는 인권문제이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말한다. 『내가 내 담배 피울 권리도 없느냐』. 비흡연자가 대꾸한다.『나는 당신의 담배 연기를 안 맡을 권리가 있다』
권리는 남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지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권리만 주장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권리가 아니고 폭력이다.
금연 구역 설정 이유를 들어본다. 비흡연자가 흡연자보다 더 해롭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소위 주류연(빨아서 내뿜는 연기)보다 부류연(빨지 않고 끝에서 타는 연기)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담배의 연구 논문은 전세계에 5만 건이 넘었다. 약 5백년전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의 해독이 문제로 제기된 것은 20∼30년전 과학의 발달로 세밀한 분석을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5만편 이상의 논문 중 어느 하나 담배의 무해를 주장한 연구자는 없다. 공통된 것은 전세계에서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백5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숫자는 전체 사망자의 5%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학 협회 발표에 의하면 미국만 해도 하루에 1천명씩 담배해독으로 사망한다. 적어도 40종의 발암물질과 4천 종의 유해물질이 있다는 유해 상품의 대표격인 담배로부터 국민건강은 지켜져야 된다.
흡연은 규제나 권고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특히 공중도덕심이 결여된 흡연자들 가운데는 법적인 규제없이는 그 폭력을 막을 수가 없다. 왜 금연법까지 제정해야 되느냐는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한때 우리 나라에서는 군에 입대하면 담배를 배급했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85년도부터 미국 육군에서도 모든 군 시설 내에서는 흡연을 금지시켰다. 2백만 명이 넘는 군인 중 3분의1이 육군이다.
왜 금연구역이 설정되어야 하느냐는데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금연구역 설정은 공공장소인 경우 깨끗한 환경과 쾌적한 기분은 물론 아무리 적은 연기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마시는 것은 절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외 경제성도 고려된다. 담배 연기가 있는 곳에서는 그 불쾌감 때문에 근무의욕이 상실되고 노동력도 떨어져 자연히 생산능력도 저하된다. 최소한 환기조절 비용·페인트 값의 부담이 있으며 화재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서서히 담배 해독의 소송도 시작될 것이다. 정부는 구미 각국과 같이 앞장서서 담배연기 없는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바란다.<한국 금연운동 협의회 부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