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술과 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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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술의 과음으로 발생되는 질환에는 앞에서 얘기한 지방간을 비롯, 알콜성 간염과 간경변증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지방간은 수일간의 지속적인 과음만으로도 쉽게 발생되고 1∼2주간 금주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회복되는 반면, 알콜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은 약10년 혹은 그 이상 기간동안 지속적인 과음을 한 경우에 발병하는 수가 많고, 일단 발생되면 술을 끊어도 계속 병세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장기간 병원신세를 지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
서방국가에서는 술의 소비량과 알콜성 간경변증의 발생빈도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한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1941년부터 1947년까지 포도주 배급제를 실시해 배급량을 1주에 50ℓ에서 11ℓ로 줄인 결과 간경변증에 의한 사망률을 80%감소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관찰 외에도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술에 의한 간 손상은 술의 종류나 안주의 양·질에 의하지 않고 섭취된 술 속에 들어있는 알콜의. 절대량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술이 센」사람은 「술이 약한」사람보다 알콜성 간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술이 센 사람은 알콜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에서의 알콜성 간질환의 발생빈도는 주로 종교적 혹은 전통적 관습에 의해서 좌우되지만 또 술값과 소득 수준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경우 수년 전에는 막걸리나 소주의 과음에 의한 간 질환이 농부나 단순노동자에 주로 발생되었으나 최근에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위 고급 양주가 수입되면서 고소득층에서의 알콜성 간질환의 급증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간 손상을 받지 않고 술을 「안전하게」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허용량은 각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므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정한 양은 없으나 대강 남자에게는 알콜로 60g(소주 2홉, 위스키 1홉, 맥주나 막걸리1천5백cc), 여자에게는 남자의 3분의1인 20g정도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매일 지속적으로 과음하는 사람은 가끔 폭음하는 사람보다 간 손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간이 회복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알콜성 간질환의 예방법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술을 안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모임에서 「사교상」 혹은 「사업상」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에는 「안전한 양」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고 피할 수 없이 그 이상 과음을 한 경우에는 1∼2주간의 휴식기간을 간에 제공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시중에는 여러 가지 간장 약이 대대적으로 광고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과음을 하면서도 알콜성 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음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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