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가 동반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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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의 파장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6원 이상 떨어지면서 3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주가도 33.36포인트 폭락, 종합주가지수가 710대로 주저앉았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6.8원 급락한 1천1백51.2원으로 장을 마감해 2000년 11월 17일(1천1백41.8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환율 급락의 원인은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 통화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우려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원화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33.36포인트(-4.46%) 떨어진 714.89로 마감했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지난해 10월 10일, 하락률로는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34포인트(-4.84%) 떨어져 지난 5월 23일(45.63) 이후 가장 낮은 46.03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 급락에 따라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들을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빚어져 주가가 폭락했다.

일본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2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백11.30엔까지 떨어졌으며, 일본 증시도 수출주들의 급락으로 닛케이지수가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인 4백63포인트(4.24%) 떨어지며 10,475엔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 급락에 대해 외환 당국은 "지속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남아 있는 외평채 한도(2조8천억원)를 외환 시장 안정에 적극 활용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영균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경우 주식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이 줄어들고 무역수지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병기.김준현 기자

<사진 설명 전문>
2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딜러들이 ‘달러당 1백12.22엔’이란 가격판 아래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6.8원 오른 1천1백51.2원으로 마감됐다. [도쿄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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