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의 취재 불응과 언론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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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향후 동아일보의 취재에 일절 불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아파트 미등기 전매 의혹 집중보도가 "악의와 적대감의 발로"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내 유수의 언론사 사이의 파열음이 요란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홍보 운영 방안으로 일기 시작한 언론과의 갈등은 정부의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요청, 대통령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이미 그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취재거부 조치는 기왕의 정부 대응들이 어쨌든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왔던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말썽이 된 보도가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뉴스가치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었는지, 청와대의 주장대로 "정부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악의와 적대감의 발로"였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관련 보도에 대해 민사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할 권력기관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언론의 핵심 기능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해 권력기관을 감시.비판하는 것이다. 설사 특정 사안이 명백한 잘못으로 판명됐다 할지라도 그에 대한 책임만을 물을 수 있을 뿐, 전반적인 취재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은 정부에 없다.

동시에 우리를 포함한 언론사들은 혹시라도 권력화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자기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을 '제4부'라고 한다면 그만큼의 책임과 윤리가 따라야 한다.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사회를 인식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 언론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풀이식' 감정 대응이 아니다. 냉철한 이성적 대응만이 언론과 정부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청와대는 취재불응 조치를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