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만병통치약 아스피린 "당뇨환자 혈당도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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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만병통치약이랄까. 아스피린의 효능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 박사가 처음으로 합성에 성공한 해열진통제. 화학성분은 아세틸살리실산. 아스피린은 제조사인 바이엘의 상품명이지만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널리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1천억알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를 일렬로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할 정도다. 두통에 시달렸던 세계적 테너 엔리코 카루소와 심장병을 앓았던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도 아스피린 애호가였다.

최근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린 국제아스피린시상식(바이엘 후원)에선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을 밝힌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조슬린당뇨센터 민셍 유안 박사의 연구 결과. 아스피린을 쥐에게 4~10g 정도의 고용량으로 복용시킨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진 것. 인슐린 저항성이란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로 당뇨를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유안 박사는 "아스피린이 체내에서 인슐린 저항을 유도하는 IKKβ란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아스피린이 혈관염 등 당뇨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았지만 당뇨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2주 동안 하루 6g씩 투여한 임상시험에서도 혈당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는 것.

국제당뇨연구소장인 폴 지메트 박사는 "당뇨는 현재 3억명이 앓고 있으며 2025년이면 4억7천만명으로 급증할 지구촌 최대의 역병"이라며 "유안 박사의 연구결과가 워낙 고용량(하루 10알 이상)이므로 당장 실용화되긴 어렵지만 당뇨 예방의 기전 자체가 밝혀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스피린의 효능을 응용할 경우 효과적 당뇨 예방수단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 아스피린이 편두통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독일 에센대 한스 디너 교수 등 유럽 3개국 공동 연구진이 편두통 환자 3백12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1g(두 알)을 투여한 결과 52.5%에서 2시간 이내 두통 증세가 가라앉는 것이 관찰됐다는 것.

편두통은 일반적 두통과 달리 두피혈관이 확장되면서 욱씬욱씬 아픈 두통. 일반적 두통 외에 편두통에서 아스피린이 효과적이란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아스피린이 현재 진통.소염.해열이란 전통적 치료제에서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 이어 당뇨 예방과 편두통 치료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보인 것.

치매와 파킨슨병, 대장암과 유방암의 일부 예방효과까지 드러나고 있어 가히 만병통치약이란 말까지 들을 만하다. 아스피린은 현재 해열진통 목적의 5백㎎ 알약과 심장병.뇌졸중 예방 목적의 1백㎎ 알약의 형태로 시판되고 있다.

둘 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 나이가 많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가 높고 복부비만으로 심장병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에게 필수적으로 권유되고 있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속쓰림과 위출혈 등 위장장애란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엘 레지나 라삭(아태지역 마케팅 부소장)박사는 "하루 1백㎎씩 저용량 아스피린이라도 장기간 복용시 위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일반의약품이라도 자의적으로 복용하기보다 의사의 진단과 감시 아래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충고했다.

피우지=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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