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父 구속영장 신청에도…학교 “여유 가져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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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 정문. [연합뉴스]

경찰이 문제유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53)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2일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여유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숙명여고는 이날 교장 명의의 공지사항을 통해 “본교 교사의 시험지 유출 의혹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님께 많은 상처와 고통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하루빨리 수사가 마무리되어 우리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학업에만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숙명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

[사진 숙명여자고등학교 홈페이지]

이번 사건 발생 초기부터 특별장학, 특별감사를 먼저 요청했고 경찰의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는 학교 측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및 성적 재산정은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님들 역시 이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조금만 여유를 갖고 도와주시기 바란다”며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기다려 주시는 대다수의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부모, 졸업생들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달간 단 한 차례의 사과도 없었던 학교와 교장이 이제 와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가 자신들이 요구해 이뤄진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비대위는 “의혹을 제기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학부모와 동문을 우롱하고 있다”며 “교육청의 요구대로 관련자를 중징계하고 성적을 재산정해 순위가 바뀐 학생들에게 (성적 상을) 시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친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진행된 이번 시험지 답안지 유출사건은 공범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자명하다”며 “쌍둥이들의 담임을 계속 맡거나 생활기록부를 부당하게 작성하는 방법으로 성적 비리를 도운 교사는 없는지, 대가를 받고 묵인한 학부모나 운영위원은 없었는지 수사 범위와 대상자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답안지 유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개연성이 큰 쌍둥이 엄마에 대해서도 입건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시험 문제와 정답이 유출됐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확보돼 범죄 혐의가 상당함에도 A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와 쌍둥이 딸과의 말맞추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이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전망이다. 다만 경찰은 A씨의 쌍둥이 딸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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