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간행물 수입창구"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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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간행물의 국내반입창구문제가 묘하게 꼬여있다.
공산권자료의 수입은 문공부의 허가업체만 할 수 있도록 현행법상 규정되어있지만 지난달18일 도서출판 일월서각이 이와 상관없이 북한의 대서방 간행물취급 대행사로 사실상 북한직영인 동경의 구월서방과 남북한간행물교류 독점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기존 공산권자료수입 허가업체인 교보문고와 월드포토사, 주무부처인 문공부가 엉거주춤한 상태에 놓여버린 것.
교보문고와 월드포토사는 일월서각이 구월 서방과 약정을 맺기 직전인 지난달 초 동경으로 팩시밀리 등을 통해 직교류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이었다.
교보문고는 지난달 12일 구월서방으로 도서를 포함, 취급품목 전반의 목록과 정기간행물과 월호 및 89년도 취급품목의 가격조건 등을 빠른 시일내 보내달라는 내용의 팩시밀리를 보냈다.
또 월드포토사도 같은 무렵 구월서방으로 팩시밀리를 보내 북한의 사진·원고를 취급할 수 있는 방법알선, 북한도서 수입계약, 북한도서의 한국내 판권계약 등을 묻는 한편 북한의 새·야생화·문화재 등에 관한 화보집과 고구려 문화사진집 등은 당장 출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그전부터 구월서방과 간행물교류계약을 추진중이던 일월서각이 비관세·구상무역 등을 골자로 하는 전격계약을 맺는 바람에 교보문고·월드포토사의 시도가 무산돼버렸다.
문제는 일월서각이 정부로부터 공산권도서 수입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라는 것.
이에 대해 일월서각 김승균 편집인은 『이번 계약은 전적으로 사기업간의 교류계약일 뿐이며 현재로서는 간행물의 통관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 문공부에 곧 도서수입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문길 교보문고 홍보실차장은 『일월서각의 사적계약에 대해서는 뭐라 할수 없지만 현행법의 절차를 무시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문공부의 명쾌한 해결을 촉구했다.
문공부의 담당부서인 출판1과장강 서정배씨는 『갑작스런 일이라 아직 해결안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선례가 남으면 곤란한 일인만큼 그런 목에서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월서각은 10일 구월서방과의 계약에 따라 북한도서의 견본우송을 요청하는 팩시밀리를 띄웠다.
일월서각이 띄운 견본요청도서는 『조선왕조실록』『고려대장경』의 북한국역본을 비롯,『금강산의 역사와 문화』『향약집성방』『조선 고전문학선집』『조선 자연치료자원』『방역전서』『방약합편』『장수학』『이기영 전집』『마르크스-엥겔스 전집』『대백과사전』『화학 생물학생 과학소사전』『물리 수학공식집』등의 지정품목과 어린이동화집·청소년도서 등으로 되어있다.
일월서각은 이중 남북학술교류의 문헌적 자료로 가치가 높은 『조선왕조실록』과 『고려대장경』반입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조선왕조실록』은 현재 북한에서 총5백70권 중 2백96권이 국역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월서각은 수입허가가 나는 대로 매월10여권씩, 또 『고려대장경』은 매월 20권가량씩 들여올 계획이다.
북한간행물은 정부의 북방정책과 대북한교류가 현재 추세대로 나간다면 올하반기중에는 민간차원을 포함해 그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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