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시대에 대비 수송강 확충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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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당면한 경제침체의 요인으로 수송난을 들고 이의 해소를「최대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달 31일자 사설을 통해『수송사업에서 혁신을 일으켜 생산과 건설에 필요한 원료, 연료·자재와 설비들을 제때에 실어 날라야 공장·기업소들에서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할 수 있고 대건설도 힘있게 다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를 위해 ▲철도의 중량화·현대화 ▲자동차 및 선박수송의 발전 ▲수송조직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 전당·전국·전민이「혁명적 사업태도」로 수송지원 사업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수송문제 해결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71∼76년의 6개년 경제계획부터 였다. 그러나 87∼93년의 제3차 7개년 계획의 수송관련 사업내용이 앞서와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북한의 전체 화물수송의 86%를 차지하는 철도의 경우 ▲철도차량 생산확대 ▲철도망 확충 ▲철도 전철화 및 중량화·현대화가 주요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수송량 증대의 관건인 철도차량 생산문제는 현재 김중태 전기기관차공장, 6·4철도차량공장 (원산철도공장), 청진철도공장 등 철도차량부품 및 수리공장을 포함, 11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수송물량 수급을 충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철도망도 국토의 지형에 의해 내륙지역에 취약성을 안고 있다. 철도시설 면에서도 광궤 수송능력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협궤가 철도 총연장의 13% (5백 48km) 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실정을 타개하기 위해 북부 내륙철도 부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전철화 사업도 서두르고 있으나 철도시설개선속도가 물동량 증가폭을 미처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부철도공사의 완공이 늦어지고 연간 5백만 t의 소련행 화물이 통과하는 두만강 역의 3배 확장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 북한당국은 우선 급한 대로 투자확대 없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철도「중량화」및「열차 다님표」(운행시간표) 를 과학적으로 편성하여 수송효율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있다.
한편 총 화물수송량의 12%를 차지해온 도로수송은 87년 12월 착공한 평양∼개성간 고속도로공사로 새로운 변모를 보이고있다.
현재 북한의 도로현황은 고속도로 3개, 국도 34개, 주요지방도 4백 40개 총연장 2만 2천km로 집계된다. 그러나 포장률 6.5%, 노폭 2.4m 이하의 도로가 전체의 50% 이상인데다 고속도로는 1%에 지나지않는다.
이같은 실정에서 전장 1백 70km, 폭 26m의 평양∼개성 고속도로가「군인건설자」들이 대거 투입되어 불과 1년 사이에 노반공사가 완공되는 등 급속한 진척을 보이고있는 것이다.
해토가 되는대로 아스팔트 포장에 들어갈 이 공사는 인터체인지 12곳, 터널 27개, 교량 1백 12개를 설치하고 도로의 기복은 최대 4도 미만, 최고속도 시속 1백 10km로 설계되어 있다.
북한당국은 이 도로의 완공을 서두르는 것을 오는 7월에 개막하는 「평양 축전」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평양에서 개성을 거쳐 이 축전에 참가한 외국 방문객들을 판문점까지 관광시키는 데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북한의 수송망 확충은 수출강화 및 개방에 대비한 사회간접투자의 확대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이 대 중·소 무역에 있어 북방루트로 북한의 철도나 도로이용을 제안하고 북한이 이에 따른 실익을 고려할 경우 의외로 빨리 경의선과 남북고속도로 연결로 화물수송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최근 남포∼인천, 함흥∼부산의 직항로 개설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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