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7시30분쯤 송파구 오금고교 정문에서는 박순만(52)교장이 등교하는 학생들과 서로 목례를 주고 받고 있었다. 박 교장은 "학생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서 매일 이 시간이면 정문에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박 교장의 학교 경영관은 민주적 의사 결정 풍토 조성이다.
예컨대 학생들에 대한 두발 규정도 학생회 대의원 회의에서 자율적으로 마련토록 했다. 교사들이 맡아 추진하는 축제 등 모든 학사 일정도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뒤 합의를 도출해 시행하고 있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교육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 제 2외국어(중국어.일어)는 물론,사회(법과 사회반.일반사회반.윤리반).과학(물리반.화학반.생물반)에 대해서도 내용별로 세분화해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케 한후 이동식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위해 도서관에 학년별로 자율학습실을 마련,방과후부터 오후 11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오후 9시까지 학년별로 교사 1명씩 총 3명이 자율학습을 지도하고 그 이후는 학부모들이 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 학교는 동아리.축제 등 학생들의 개성을 살릴 수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만도 연극반.합창반 등 71개에 달한다.매년 9월 오금한마당 축제를 개최한다.
또 매년 5월 과천대공원에서 전교생과 교사.학부모.동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대회도 개최하고 연중 학급대항 운동경기를 교내에서 펼친다. 이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더욱 잘하게 하고 공부에 흥미없는 학생들에게도 학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게 해 자아성취도를 높여주자"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이 학교의 자랑거리는 전국 고교중 유일하게 경제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학 협동으로 실질적인 경제 교육을 할 수있는 수업 자료를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현장감 넘치는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내 디지털 경제교과연구실에는 대형멀티 TV와 컴퓨터 등을 갖추고 통신기기를 사용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교육과 신문을 활용한 NIE(Newspaper In Education)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경제 체험반을 개설해 삼성전자.금융감독원.정선 5일 장터 등 경제 현장을 직접 찾아가 체험 교육을 실시한다. 매년 두차례 경제 경시 대회를 개최한다.
학교측은 인성교육을 위해 '즐겁게 인사누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먼저 인사하기'캠페인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교사와 학생,교사 상호간,학생 선후배간에 인사나누기 운동으로 확산돼 학생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박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측은 또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신입생 전원에서 독서기록장을 나눠준다.
1백쪽 분량의 독서기록장에는 ▶추천 도서 목록▶연간 독서 계획표▶연간 독서록▶독서기록장▶감상문 쓰기 등 학생들이 3년동안 자신의 독서 활동과 감상 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있도록 꾸며져 있다.
학교측은 또 교원 자격증을 보유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부모 강사 인력 풀(Pool)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학부모는 1~2일 등 단기간에 교사 결원이 생겼을때 강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 교장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 현장에 직접 강사로 참여함으로써 학교와의 신뢰감 형성과 학생들의 정서 순화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비록 학교 역사 짧지만 강남지역 명문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오금고
=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송파구 오금동 4000여평의 부지에 남녀 공학으로 개교했다. 현재 45학급 1563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규모가 큰 학교다. 학구는 거여.마천지구가 대표적이다.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2004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만1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가수 강타와 전진, 탤런트 겸 배우 이나영이 이학교 출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