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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대일 청구권 자금 올려 요구할까…후폭풍 우려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확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일본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엔 북한 변수가 포함돼 있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이 31일 보도했다.

도쿄신문 "일본은 북한이나 중국 등 국제적 파장 우려" #북한, 일본에 과거 청산 대가 요구액 높여 부를 수 있어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한국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전제로 북한과의 과거 청산·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핵화의 진전, 특히 ‘납치 문제의 해결’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있긴 하지만 “결국은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해 일본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 과거 청산을 위해 일본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자금의 규모에 이번 징용 재판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틈만 나면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북한 역시 ‘일본은 무차별적인 징용과 징병 등의 명목으로 납치와 강제연행을 공공연하게 저질러 왔다’고 주장하며 징용 문제를 위안부 문제 등과 함께 중요한 테마로 거론하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북한에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북한은 "징용은 일본이 벌인 극악한 납치범죄"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왼쪽)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중앙포토]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왼쪽)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중앙포토]

북한의 이런 태도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더욱 강해질 것이고, 북한이 한국 내의 배상 요구를 더욱 더 부추기는 선전 공작을 펼칠 수 있다고 도쿄 신문은 경계했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합의된 북ㆍ일 평양선언엔 “국교정상화 뒤 쌍방이 적절한 기간에 걸쳐 무상 자금협력, 저금리 장기차관 제공과 국제협력은행 등의 융자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둘러싸고는 “당시 일본이 1조엔 규모의 자금 제공을 약속했다”,“최근 북한이 그 두 배 이상의 자금을 일본을 요구했고, 일본도 응했다”는 등의 추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의 징용 판결이 확정되자 일본에선 “이번 판결로 인해 북한이 일본에 요구하는 과거 청산 자금 금액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도쿄신문에 따르면 전쟁 중 강제연행돼 일본의 광산 등에서 일한 중국인 노동자와 유족들의 손해배상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재판 결과에 대해 “매우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이번 재판 결과에 강하게 대응하는 데엔 향후 진행될 북한과의 청구권 협상과 중국 내 재판 등 국제적인 파장을 감안한 측면이 있다고 도쿄신문은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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