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노벨상 후보추천-이연홍 <정치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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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을 받고싶은 마음은 인간이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욱이 남들이 좀처럼 받기 힘든 상, 그것도 엄청난 경쟁을 뚫고 받는다는 것은 수상자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소속조직이나 집단의 기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87, 88년에 이어 금년에도 노벨평화상후보로 추천됐다는 사실은 수상여부를 떠나 노벨상의 권위를 생각해볼 때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김 총재의 이번 후보천거 사실은 김 총재가 지난 3일 당초일정에 없던 스웨덴의 명문 웁살라 대학을 방문,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람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김 총재를 추천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조승복 전 스톡홀름 대학교수를 비롯해 웁살라 주지사 대주교 등 2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김 총재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평가해 추천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고 김 총재는 이에 대해 노벨상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한 채 스웨덴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등을 표시했다.
김 총재가 이처럼 노벨상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한 것은 후보로 천거된 사람이 뭐라 말하는 것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으리란 판단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노벨상은 노벨상위원회가 어느 누구가 후보로 추천됐는지 발표는커녕 확인도 안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표를 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보로 천거된 사람만도 수백, 수천명에 이르는데다 누가 후보로 추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정한 심사에 영향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총재가 지난 87년과 88년 노벨상후보로 천거됐을 당시 서울의 언론사에는 김 총재의 지지자들로부터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었다.
기사비중이 그정도 밖에 안된다는 설명에도 불구, 왜 그토록 중요한 (?) 기사를 작게 취급했느냐는 항의 전화였다.
당시의 그같은 관심이 물론 노벨상 심사위원회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겠지만 실례로 그같은 유형·무형의 노력이 직·간접으로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겸허해야 된다는 정도의 지적은 너무 원론적인 얘기 같다.
노벨상의 권위를 생각하면 후보가 된 것만도 영광스런 일이나, 그렇다고 주변에서 너무 그같은 사실을 강조하다 보면 상을 타려는 사람이 겸허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스톡홀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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