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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결 4년 만에 첫 우승, 최혜용 9년 전 역전패 데자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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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결이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박준석]

박결이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박준석]

박결(22)이 프로 4년만에 첫 우승컵에 입을 맞혔다. 10대 시절 골프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최혜용(28)은 10년 만에 우승 기회를 놓쳤다.

6차례 준우승 끝 첫 우승 박결 눈물 펑펑 #"외모로 인기 얻는다 비판 날려버려 기뻐" #최혜용 "실망 보다 희망이 더 많았던 대회"

최혜용은 28일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SK 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라운드를 2위와 3타 차 선두인 8언더파로 출발했다. 그러나 5타를 잃어 3언더파 공동 7위로 경기를 마쳤다.

우승은 최혜용과 8타 차가 나는 이븐파 공동 10위에서 출발해 6타를 줄인 박결이 차지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골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박결은 프로 데뷔 후 4년만에 첫 우승을 안았다. 준우승을 6차례나 한 끝에 얻은 첫 우승컵이어서 기쁨은 더 컸다.

첫 우승을 위해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는 박결. [KLPGA/박준석]

첫 우승을 위해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는 박결. [KLPGA/박준석]

박결은 깔끔하게 버디만 6개를 잡으며 6언더파로 경기를 마치고 다른 선수들의 결과를 기다렸다. 16번홀까지 6언더파로 박결과 공동 선두였던 김민선은 17번 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고 3퍼트를 하면서 더블보기로 밀려났다.

박결은 우승이 확정된 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루키 시즌부터 너무 많이 주목받았다. 그 때문에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 힘든 시기도 보냈다. 오늘은 샷이면 샷, 퍼트면 퍼트 모든 게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째 매번 기대주로 인터뷰를 했다. 이제 우승자로 인터뷰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외모로 주목받는다는 비판을 날려버려 더욱 좋다. 이제는 그런 글들도 자신 있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첫 우승을 노리던 최혜용은 쓰라린 역전패를 맛봤다. 그를 슬럼프에 빠지게 한 9년 전 대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2009년 6월 열린 S오일 챔피언십에서 최혜용은 2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그의 라이벌인 유소연은 8타 차이가 나는 공동 25위였다. 한 달 전 열린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9홀 연장 끝에 패하긴 했지만 최혜용이 유소연을 의식할 이유는 없었다. 타수와 순위 차이가 너무나 컸다.

그러나 이날 바람이 많이 불면서 이변이 생겼다. 놀랍게도 유소연은 바람을 이길 낮은 탄도의 샷을 치면서 7타를 줄였다. 반면 최혜용은 3타를 잃고 5언더파 공동 3위로 밀려났다. 골프 천재로 불렸던 최혜용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최혜용은 “연장 9홀 패배가 슬럼프 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8타 차가 뒤집힌 이 대회가 더 컸다”고 했다.

9년 전 그 대회는 이번 SK네트웍스 레이디스 클래식과 흡사하다. 둘 다 제주도에서 열린 대회였다. 두 대회 모두 최혜용은 8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고 8타 뒤진 선수에게 역전패했다. 주인공이 유소연이 아니라 박결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혜용. [KLPGA/박준석]

최혜용. [KLPGA/박준석]

최혜용은 이날 첫 홀 보기로 출발했고 파 3인 두 번째 홀에서 티샷이 헤저드에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했다. 7번 홀까지 보기가 2개 더 나와 5타를 잃었다. 이후 버디 하나를 했지만 17번 홀에서 보기가 나와 희망은 사라졌다.

최혜용은 2006년 아시안게임 대표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동갑내기 유소연과 라이벌이었다. 최혜용이 18세이던 2008년 KLPGA 투어에서 2승을 하면서 유소연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9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9홀 혈투 끝에 유소연에 패했고 S오일에서 역전패했다, 이후 최혜용은 골프가 잘 안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투어 카드를 잃기도 했다.

유소연은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LPGA 투어로 진출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최혜용은 실망 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 그는 대회 후 "이번 대회 직전까지는 내년 시드를 걱정할 처지였는데 마음을 비우고 경기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물론 최종라운드 아쉬움은 있지만 9년 전처럼 괴롭다기 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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