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36억 바이올린, 세금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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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4일,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바이올린을 가지고 입국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통관 서류에 적힌 감정가는 36억3300만원.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로 평가받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이탈리아.1644~1737)가 1733년에 만든 것입니다.

보통 악기를 외국에서 구입해 들어오면 관세 8%와 부가세 10%를 물어야 합니다. 이 계산대로면 신고한 바이올린의 세금은 6억5000만원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이 바이올린을 가지고 온 사람은 한푼의 세금도 물지 않았습니다. 제작된 지 100년이 넘는 물품은 골동품으로 인정하는 관세 규정 때문입니다. 골동품은 통관 때 세금이 면제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이 밝힌 '고액 신고물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입국 여행객이 신고한 고액 물품 50개 중 상위 5개가 모두 골동품이나 예술품이었습니다. 예술품도 통관 때 대부분 세금을 물지 않지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물품은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벨기에.1898~1967)의 그림이었습니다. 신고액만 33억1100만원이었습니다.

세관 관계자는 "골동품이나 예술품은 신고자가 공인감정서 등 통관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해 온다"며 "세관에서는 이를 면밀히 검토해 판단을 내린다"고 밝혔다.

상위 물품 50개 중 무려 36개는 방송 광고용 테이프나 필름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NF 쏘나타' 방송 광고용 필름의 신고액은 11억3800만원이었습니다. 이 가격에는 해외에서 광고를 만들 때 들어간 시설비, 장비 임대료, 장소 대여료, 모델료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런 필름들은 들어간 비용을 빼야 하기 때문에 종량세 형태로 관세를 물립니다. 1분당 20원 정도 되지요. 때문에 관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고액의 10%인 부가세는 다 내야 합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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