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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버스 기사 성범죄 조회 누락, 유치원 예산으로 냉장고 구입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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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의 한 유치원은 2명의 통학 차량 운전기사를 채용하면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았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4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의 장은 직원을 채용할 때 성범죄 경력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다. 이 유치원은 또 개인에게 업무추진비를 월정액으로 줄 수 없음에도 원장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8회에 걸쳐 694만원을 지급했다.

울산교육청 올해 실시한 유치원 감사 결과 발표 #예산·회계, 시설관리 문제 등 15곳 중 15곳 적발 #울산교육청 2014년부터 실명으로 감사결과 공개 #18일 감사 주기 단축, 감사 일수 확대 방안 내놔

울산시교육청이 올해 6~8월 실시한 울산 지역 15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감사를 한 15곳 모두 경고·주의·시정 등의 지적을 받았다. 유치원 시설 공사를 하면서 계약의 증거가 되는 서류를 구비하지 않아 공사를 적정하게 계약했는지 설계도에 맞게 시공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유치원이 다수였다. 유치원 예산 업무추진비로 사적 경조비나 원장 등 교직원이 개인 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를 낼 수 없음에도 원장이 사립유치원 연합회 회비를 수백만원씩 지출한 유치원도 여러 곳 눈에 띄었다. 필요한 소방 시설을 갖추지 않은 유치원도 있었다.

18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울산교육청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노옥희 교육감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울산교육청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에서는 2016년 시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에서도 각종 비리가 적발됐다. 울산 중구의 한 유치원은 설립자에게 예절지도사·사무 업무 명목으로 2014년 3월~2016년 10월 1억36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그러면서 조리 직원의 퇴직금 461만원은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설립자 명의로 된 유치원 건물과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토지세 172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납부하기도 했다. 또 이 유치원은 명절이나 공휴일에 개인 용도 식비로 2015년 29만2000원, 2016년 13만1000원을 지출했다.

북구의 한 유치원은 유치원 예산 2173만원을 차량 유지비, 개인 차량 가스 충전비, 휴대전화 요금 등으로 지출했다. 울주군의 한 유치원 원장 역시 원아 교수학급 활동비 등에 써야 하는 유치원 예산 594만원을 양문형 냉장고를 사거나 개인 휴대전화 요금을 내는 데 썼다. 또 다른 울산의 유치원은 컨테이너를 임시 창고와 놀이 시설로 쓰면서 신고하지 않은 데다 전문공사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 전기 공사를 맡겼다.

지난 6~8월 실시한 유치원 종합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지난 6~8월 실시한 유치원 종합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울산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 감사를 4년 주기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감사일수를 2일에서 3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 전국 교육감 가운데 가장 먼저 비리 유치원 대처 방안을 내놨다. 2016·2017년 울산의 60개 유치원 감사 결과 30개가 경고, 30개가 주의를 받았다. 부적절한 회계로 회수한 금액은 3억3400만원이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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