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소니 LCD합작社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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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소니가 액정표시장치(LCD)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소니는 최근 LCD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회사의 형태와 투자 규모 등 세부 내용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소니가 LG전자의 LCD사업부를 분리해 네덜란드 필립스와 지분 50대50으로 합작 설립한 LG필립스LCD(자본금 1조4천5백억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합작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소니의 합작회사는 삼성전자가 LCD 사업부문을 현물 출자하고 소니는 이에 맞먹는 규모의 자금을 내 지분을 확보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과 회사 운영은 삼성이, 마케팅과 재무 등은 소니가 맡는 방식이 유력하다.

?합작 배경 및 파급효과=업계 관계자는 "LCD 생산시설이 없는 소니는 질 좋은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삼성은 지속적인 투자자금을 확보해 LCD시장에서 선두권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LCD산업은 라인 1기를 건설하는 데 1조5천억~2조원이 넘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수반된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큰 산업인 것이다. 삼성이 소니와 손잡는 것도 이 같은 투자 위험을 줄여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소니는 그동안 LCD 분야에 제때 투자를 못했으나 삼성과 합작으로 이 시장에 진출,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한때 고성능 TV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소니는 LCD 부문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다 시기를 놓쳐 LCD 생산업체에서 LCD 패널을 구입해 LCD TV를 만들고 있다.

조사전문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CD 시장 규모는 올해 2백53억달러에서 2007년 5백9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CD는 PC모니터나 TV에 쓰이는 것으로, 최근엔 의료장비 등에도 사용돼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두 회사는 이렇게 성장 가능성이 큰 LCD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소니'와 'LG-필립스' 연합군 간 세계시장 1, 2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와 필립스의 합작회사 설립 이후 수세에 몰렸던 삼성은 소니와 합작함으로써 LCD 세계시장 선두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업계는 또 소니의 자금은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충남 탕정 LCD복합단지 건설에 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까지 20조원을 이곳에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61만평)인 LCD 복합단지를 건설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니 자금의 대규모 유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세계 시장 동향=LG필립스LCD.삼성전자.AUO.샤프 등 주요 LCD업체는 최근 수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대만의 AUO는 "23억5천만달러 규모의 LCD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소니 연합군의 등장은 투자경쟁을 가속시킬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 2위 PC업체인 델과 hp에 이어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도 디지털 가전 시장에 진출키로 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사 간의 합종연횡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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