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장관이 국감장 서나…꼬일대로 꼬인 환경부 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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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25일로 예정된 환경부 국정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23일 열렸으나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등의 이유로 정회 됐다. 조 후보자가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변선구 기자

강효상·문진국·임이자 의원 등 한국당 환노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시종일관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고 거짓과 위선으로 청문회를 모면해보려는 ‘꼼수의 달인’이었다”며 “조 후보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오늘 예정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 후보자 자녀의 강남 8학군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 탈세를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조 후보자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지 않고 있고, 잘못을 숨기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한 번 미룬 환경부 국감…파행 우려

자유한국당 강효상(왼쪽부터), 임이자, 문진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있다. [연합뉴스]

당초 환노위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에 앞서 전체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장관 임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유로 인사청문요청서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문제는 국정감사와 청문회 일정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하루 뒤인 25일에 환경부 본부 국감이 열린다.

신임 장관 이·취임 늦어질 경우, 환경부 본부 국감에 물러나는 김은경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장관을 대신해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국감장에 설 가능성도 있다.

환노위 여당 간사 측은 “장관 후보자가 있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장관을 상대로 국감 질의를 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누구를 국감장에 세울지에 대해 여야 간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감 닷새 앞두고 장관 지명

청와대가 김은경 장관 후임으로 조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지난 5일이다. 국정감사를 불과 닷새 앞둔 시기였다.

이 때문에 여야는 10일로 예정됐던 환경부 국감을 25일로 미뤘다. 청문회를 23일 열고, 새 장관이 취임하면 25일 국감을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스텝이 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국감 직전에 너무 무리하게 장관 임명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