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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준비 됐는데 북한이 날짜ㆍ장소 구체적 답 안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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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월 7일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회담하는 모습.[중앙포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월 7일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회담하는 모습.[중앙포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3일 “종전선언은 북ㆍ미 실무협상이 얼마나 심도 있는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ㆍ미 정상회담은 1월 1일 이후”라고 밝히면서 연내 종전선언이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데 “실무협상에서 얘기만 되면 연내도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날짜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북ㆍ미 양쪽에서 관심이 떠난 연내 종전선언에 우리만 매달리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위 관계자 23일 "김 위원장 지시니 연락할 것, #실무협상서 얘기만 되면 연내 종전선언도 가능" #"미국도 북 고위급 회담 대표로 누가 올지 몰라, #김여정, 당장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북ㆍ미 협상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1월 1일에 가까운 1월 초가 중간선거 이후 준비과정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합의의) 큰 그림의 일부로 말해왔고 옛날에는 핵 신고서와 연계해 얘기가 나왔다”며 “실무협상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이며 종전선언도 협상 대상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풍계리ㆍ동창리 및 영변 사찰ㆍ폐기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협상 카드로 종전선언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이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까지 확답을 주지 않는 게 문제다. 고위급 회담은 북측 제의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9일 한 주 반(열흘)가량 뒤, 즉 11월 말쯤 여기서 열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답이 없어 일정을 확정 못했다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도 “답답한 건 미국은 언제든 만날 준비가 됐는데 북한이 날짜와 장소에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실무협상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선희 부상에 만나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지시이기 때문에 연락은 올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핵무기ㆍ핵시설 전부 폐기하는 모든 걸 걸고 가는 게임이어서 철저히 준비해서 나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고 협상을 하려고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00년 조명록 부위원장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지만 다 뒤집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 국내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위해 방미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도 누가 올지 확인을 못 하는 것 같다”며 “김 부부장이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때 김영철 부위원장이 영빈관에 와 있는데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체제 특수성으로 재주 있는 일가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당장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 의전을 책임지고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수행했지만 2차 정상회담의 준비 협상 대표로서 미국까지 오는 모험을 감행할지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상황 변화는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아니라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4차 방북을 기점으로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 매체들이 일제히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최선희 부상이 중국·러시아를 방문해 제재 완화 분위기 조성에 나선 상황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은 물론 북한보다도 종전선언을 더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지금 집중하는 유일한 방향은 동결 대 동결과 제재 완화 요구"라고 지적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하버드대 토론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협상 전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협상에 들어가야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 또는 핵폐기에 진지한지를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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