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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평양 공동선언 비준…野 "국회 무시하는 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재가했다. 평양 공동선언은 조만간 관보에 게재되면서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고,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는 북측과 문본을 교환한 이후에 별도로 관보 게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에앞서 문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심의·의결한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 등의 비준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ㆍ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평양 공동선언 등에 대한 정부 비준이 먼저 이뤄진 것은 남북 정상간의 합의 사항은 확고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냐 야권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논의가 마무리된 이후에 평양 공동선언도 국회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남북 정상회담 부속물인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된다고 하고, 실제적 알맹이에 해당하는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는 국회 비준없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비준하는 행위 자체가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철회한 후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 선언과 군사 합의서를 비준하거나, 아니면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한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남북의 합의들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 국회 비준이 필요한 것이지 원칙ㆍ방향ㆍ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남북관계발전법에서 국회 비준 동의를 요하는 2가지 요건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입법 사항이 필요한 때”라며 “이번 평양 공동선언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2007년에도 남북 총리회담 합의서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일 때 후속 합의서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서해협력평화특별지대추진위원회, 국방장관회담 합의서 등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비준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을 방문하거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 방안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바티칸과 교황께서는 평양 방문 의사를 직접 표명하시는 등 최대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7차 세계한상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한상들과 국내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토대 위에서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실현할 때 우리 민족과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안효성 기자 moonbright@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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