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려면 몇 분을…”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여성 BJ에게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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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율콩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 율콩 유튜브 영상 캡처]

한 여성 BJ가 야외에서 라이브방송을 하던 중 지나가던 할아버지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유튜버 ‘율콩’은 21일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이거 성희롱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약 2분가량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율콩이 길거리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중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나 한 번 찍어주라”며 옆자리에 앉는 모습이 담겼다.

율콩은 “친구들이 잘생기셨대요”라며 자연스럽게 방송을 이어갔고, 갑자기 할아버지는 몸을 기울이더니 “뭐 물어볼게. 물어볼까?”라고 말했다. 의심 없이 “물어보라”는 답변에 할아버지는 “임신하려면 몇 분 해야 임신이 돼요? 임신 매일 하면 몇분 해야 임신이 되는지…”라고 물었다.

율콩은 당황해했고, 이를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가 “왜 어린 아가씨한테 그런 얘길 하고 그러시냐”고 항의하자 할아버지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 아주머니는 “저런 일 있으면 신고하라”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고, 율콩은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만약 이 BJ가 신고한다면 할아버지는 처벌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음담패설인 언어적 성희롱의 경우 현재 마땅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에서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된 경우’로 한정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이루어질 경우만 처벌 가능하다.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언어적 성희롱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처럼 대면을 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언어적 성희롱은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가능해 보인다. 성희롱 장면이 영상을 통해 증거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상액도 얼마 되지 않고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3월 언어적 성희롱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천 의원은 “언어적 성희롱도 엄연한 성폭력이며 다른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통해 성희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예방과 제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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