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사상 최대규모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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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중국의 국영 통신업체인 차이나 모바일이 룩셈부르크의 이동통신업체 밀리콤을 조만간 인수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53억 달러(약 5조원)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성사시킨 기업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종전엔 2004년 레노보가 IBM의 PC 부문을 인수할 때 지불했던 17억5000만 달러가 최고 기록이다. 차이나 모바일은 밀리콤을 인수한 다음 이동통신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밀리콤은 현재 차드.엘살바도르.파키스탄 등 16개국에 걸쳐 1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밀리콤은 올 1분기 동안 가입자 수가 16%나 늘었으며, 순이익도 334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한 3억2200만 달러였다.

차이나 모바일은 밀리콤을 인수한 후에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별도의 해외법인 형태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밀리콤을 통해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모바일의 대형 M&A를 계기로 중국의 대형 국영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하고 해외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M&A를 지원하는 이른바 '쩌우추취(走出去)'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해외진출을 구상 중인 중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의 기업과 자원.에너지 등 전략산업과 관련된 개발도상국의 기업을 주요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석유화학(SINOPEC)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석유화학업체인 페트로 카자흐스탄을 4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 러시아.나이지리아.에콰도르.페루.스리랑카 등에서 크고 작은 현지 기업들을 사들였다.

쩌우추취(走出去)=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을 가리킨다. 외국 자본의 중국 유치를 뜻하는 '인진라이(引進來)'와 대비되는 말이다. 쩌우추취는 2001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다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공식화한 것은 2002년 9월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세미나에서였다. 자본 유출을 극도로 억제하던 종래의 정책이 이때 크게 바뀐 것이다. 이는 외국기업의 매수나 자본 제휴를 통해 국제 수준의 기술.설비.판매망을 확보하자는 목적이다.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그런 사례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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