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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치 본 적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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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의원들의 관심은 '지방선거 이후'에 맞춰져 있습니다. 정권 재창출? 그럴듯한 구호지요. 그러나 의원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야당 의원'과 '여당 낙선자' 중 어느 쪽을 택할지 말입니다. 아마 압도적으로 전자를 택할 겁니다. 여당의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과 합치는 게 점차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수도권과 중부권의 초선의원들은 불안감이 더합니다.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2월 25일 당선자 취임, 그 두 달 뒤인 2008년 4월이 총선입니다.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숱한 개혁정책을 내놓습니다. 지지도가 90%를 웃도는 시점에 총선이 있습니다. 새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겹치면 수도권에는 여당 태풍이 불어닥칠 겁니다. 더구나 이들은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무임승차해 쉽게 당선됐습니다. 한겨울 허허벌판에서 혼자 살아남을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 당선자에게 줄을 서지 못하면 끝장이란 생각에 초조해 하지 않겠습니까.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데, 2004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여당이 딱 2년 만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유가 있습니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습니다. 우리 국민 중에 집권 측으로부터 '수구 꼴통'이라는 손가락질 한 번쯤 받지 않은 이가 거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한나라당 의원이 수억원의 공천장사를 하고, 사무총장이 성추행을 했는데 어떻게 지지율은 점점 더 올라가느냐고요? 국민의 마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됐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잘한 것 별로 없습니다. 여당이, 또 현 정권이 미움의 정치로 재미 보는 데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 자신들이 미움의 대상이 돼 버린 걸 몰랐던 겁니다.

정치와 통치는 왜 그렇게 합니까. 평택 미군기지 이전 터에 시위대가 접근하는 것을 경찰이 막지 않으니 국방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국가의 중대 정책을 놓고 군과 경찰의 손발이 맞지 않는데, 이게 정상적인 정부입니까. 그래 놓고 군인을 비무장으로 시위대의 폭력에 내맡기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제정신이 있는 사람입니까. 명예를 먹고살아야 할 군인을 그렇게 불명예스럽게 내모는 국가는 오늘 대한민국 외에는 찾기 힘들 겁니다.

김대업씨 동생을 군의문사위 조사위원으로 채용했지요?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연좌제를 적용하자는 게 아닙니다.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 바보스러운 짓은 피해야지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테러사건 처리도 그렇습니다.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은 서부지검장은 한나라당이 기피할 인물이라는 판단을 사전에 했어야 합니다. 신촌에서 발생했으니 수사관할권이 서부지검에 있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야 했다고요? 이제 검찰이 '배후가 없는 단독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라도 내놓으면 한나라당이 그냥 있겠습니까. 한번 더 시끄러워질 게 뻔하고, 수사를 두 번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하라고 말한 그날 밤 여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긴급소집해 거부하는 것은 무슨 행태인가요. 여당이 대통령을 우습게 보는데 국민인들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여당다운 정치를 하십시오. 정치다운 정치를 하십시오. 미움의 정치를 포기하십시오. 진정성을 갖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백약이 무효일 겁니다.

김두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