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도 첨단과학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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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라 35대 경덕왕(742∼764년)시대의 것으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다라니경(타나니경)과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화엄경(화엄경)이 처음 공개되는 것을 계기로 「문화재 보존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라니경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66년10월로 경주불국사 석가탑에서 두루마리로 말려진 상태였으나 당시의 보존과학기술로는 원형손상의 우려가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대로 밀봉 보관해왔던 것.
이 두 가지 문화재는 오는 2월 약1천2백 년만에 처음으로 제한 공개되고 그후 일반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분야의 세계적 기술을 가진 일본의 「오카이와」씨 (강암태낭·48)를 초빙, 12월까지 배접처리를 끝내고 현재 말리는 중이며 이달 중 다시 마무리손질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카이와」씨는 배접(복원보존을 위해 원본 뒤에 종이를 덧붙임)처리를 위해 원본에 사용된 지질이 7세기께 닥나무에서 추출된 성분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에 가장 근사한 자재를 국내에서 구입, 일본에 가지고 가 배접에 대한 특수제작을 해왔다는 것.
접착에 사용된 풀은 전문가들의 극비사항이라는 것.
이 같은 기술은 원본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
흔히 동물성풀과 식물성풀이 있는데 동물성풀은 가장 부드러운 토끼의 가죽에서 추출되는 물질로 알려졌다. 어느 지방산 토끼인지, 또 어떤 물질이며 배합성분과 비율은 어떤가 등은 비법으로 전수돼 비밀에 부치고 있다. 식물성풀은 고구마나 감자 등에서 추출하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정량모 학예연구실장은 『배접기술에 따라 원본의 복원과 보존상대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정실장에 따르면 1천2백여 년이나 지내온 원본을 손상되지 않게 앞으로도 영구히 보존하려면 첨단의 보존과학기술이 밑받침돼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이 분야에서 외국에 크게 뒤져있다는 것. 이번 작업에는 현재 「오카이와」씨 문하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박지선씨 (서울대 미대졸·27)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공부 문화재관리국의 보존과학연구실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전기술연구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문화재관리국 보존과학연구실 이창근 계장은 『문화재관리도 전문과학기술이 필요해 물리·화학·생물실험실로 나눠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된 금속제품의 경우 내부구조와 새겨진 중요문자나 음각을 파악하려면 손상을 피하기 위해 특수 X선 촬영을 해야 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상수 연구실장은 『최대의적은 도굴꾼』이라고 경고한다. 수백·수천 년간 밀폐된 공간 속에서 발굴된 문화재가 공기에 노출되면 곧 부식과 손상을 입게돼 복원 불가능한 상태가 되므로 재빨리 보존 처리해야 하나 도굴의 경우 이를 막을 수가 없다는 것.
현재 문화재의 보존처리는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금속제품-X선 촬영 을하고 녹과 이물질을 제거한 뒤 증류수·알칼리성용제(수산화나트륨 0.1∼0.5Mol, 수산화리튬 0.2%) 에타놀·아세톤 등으로 염분을 제거한다. 녹방지제벤조트리아졸 3%용액으로 진공처리하고 아크릴수지·미립자왁스·에폭시수지 등으로 보호막을 만든 다음 상대습도 40∼45%, 섭씨15도 정도에서 보관한다.
▲토기·도자기-중성세제·탈크제·과산화수소(10%이하) 등으로 세척하고 증류수로 염분을 제거한 다음 합성수지로 경화 처리한다. 갈라진 것은 에폭시수지·니트로셀률로스 접착제·순간아크릴접착제 등으로 고착시킨다.
결손부는 원자질에 영향이 없는 항구적 복원재(고령토·글라스 파우더)를 접착제에 섞어 사용한다. 보관은 상대습도 55∼60%, 섭씨20도 정도.
▲목재·섬유·종이-해충을 살균처리하고 상대습도 55∼60%, 섭씨15도 정도에서 UV필터(노출배수가 0에 가까운 자외선제거용 필터)를 장치하여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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