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이 다변화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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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의 외국영화 수입이 미국영화편중현상에서 벗어났다.
19일 공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햇 동안 수입된 미국영화는 전체 수입 외화 2백34편 가운데 43%인 1백2편으로 사상 처음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 동안 미국영화는 해마다 전체 외화의 70%안팎을 차지해오며 주류를 이뤄왔었다.
87년엔 전체 99편 가운데 63편이, 86년엔 51편 가운데 38편이 미국영화였으며 가장 심했던 84년엔 26편 가운데 홍콩·대만영화 5편을 뺀 나머지 21편(80%)이 모두 미국영화였다.
그러나 수입 가격 면에서는 미국영화가 훨씬 비싸 지난해 전체수입액 2천6백3만 달러의 62%(1천6백5만 달러)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수입국도 크게 다변화됐다.
그 동안 외화 수입국은 미국·홍콩을 비롯한 5∼6개국이 고작이었으나 지난해엔 무려 17개 국으로 부쩍 늘어났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해 공산권영화가 개방되고 최근 1∼2년새 급증한 영화사들이 유럽영화 쪽으로 시선을 돌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4대 영화사의 배급회사인 UIP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면서 국내영화사에 작품을 팔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손꼽힌다.
공산권영화가 개방되자 지난해에 소련영화 6편, 중국영화 2편, 유고슬라비아영화 1편이 수입됐고그 동안 1∼2편씩 선보였던 서독·프랑스·이탈리아영화들도 10여 편씩이나 들어왔다.
또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터키·아르헨티나·스웨덴영화까지 수입돼 올 상반기중 선보일 예정이다.
86년 이후 20개 사에서 90여 개 사로 크게 늘어난 영화사들은 상대적으로 미국영화에 대한 수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연히 값싼 유럽영화 목으로 구매선을 돌렸다.
지난해 서독영화『양철북』, 유고영화『아빠는 출장 중』, 영국영화 『모던타임스』 등이「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영화사들은 여기에 더욱 자극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열린 제41회 칸영화제 등 유럽의 영화제·영화시장에는 전례 없이 많은 영화업자들이 몰려가기도 했다.
유럽 및 공산권영화들은 수입가도 미국영화보다 훨씬 싸 흥행상 위험부담도 적은 것이 큰 강점이다. 최근 개봉중인 미국영화 『람보III』이 2백만 달러인 반면 대부분의 유럽영화는 5만∼10만 달러 정도다.
또 그 동안 범람해 온 미국의 오락·폭력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식상도 이 같은 외화의 다변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유럽영화·공산권 영화 등 새로운 세계에 대한 영화팬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바람직한 변화는 앞으로 인도영화 등 제3세계권 영화에까지 더욱 확대돼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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