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아쉽지만, 여기까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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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2라운드> ●박정환 9단 ○시바노 도라마루 7단

12보(163~176)=시바노도라마루 7단의 수확은 164~170으로 흑 두 점을 챙긴 정도에서 끝났다. 애초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이다. 이제 반상에는 백이 무언가를 도모해볼 공간이 더는 남아있지 않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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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171로 상변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이 바둑은 끝났다. 173, 175는 확인사살과도 같은, 얄밉도록 날카로운 끝내기 수법. 이후 흑은 '참고도' 흑1로 끊어 미생마인 우변 백까지 압박했다. 백은 두 칸짜리 집을 내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지만, 또다시 흑이 끝내기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한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인공지능(AI) '엘프고'는 박정환 9단의 승리 확률을 90% 이상으로 내다봤다. 대국 당시 검토실에서 이 판을 연구하던 프로기사들 역시 더는 볼 필요가 없다는 듯 돌을 쓸어담고, 아직 형세가 미세한 다른 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역시 박정환"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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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정환 9단의 선전은 여기까지였다. 한 달 뒤 열린 16강전에서 박 9단은 중국의 셰얼하오 9단에게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박 9단이 당당하게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 올리길 기대했던 한국 바둑팬은 때 이른 탈락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디 내년 삼성화재배에서는 그의 활약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176수 이후 줄임, 223수 흑 불계승.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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